삼성, 내수 진작 위해 1000억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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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20만명에 관광상품권 - 재래시장상품권
정부-정치권 잇단 대기업 공격에 ‘달래기’ 포석

삼성그룹이 내수 진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올 여름휴가철과 추석에 걸쳐 10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삼성은 29일 “지방, 골목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 도움이 될 만한 조치를 준비했다”며 4가지 방안을 밝혔다.

삼성은 전 임직원에게 여름휴가를 가급적 국내로 가도록 권장하고 이를 위해 7월에 1인당 20만 원어치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 임직원이 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0억 원어치의 국민관광상품권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발행하는 국민관광상품권은 국내에서 쇼핑, 외식, 레저, 숙박 등에 쓸 수 있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삼성이 직원들에게 국내 휴가를 권장하거나 이런 형식으로 휴가비를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충남 태안 지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태안사랑상품권 50억 원어치도 임직원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가 자매결연을 맺은 농어촌 마을 430곳의 특산물을 150억 원어치 구매해 양로원과 보육원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추석에는 임직원 1인당 20만 원어치의 재래시장상품권(총 400억 원어치)을 지급해 제수 용품을 재래시장에서 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삼성의 조치는 정부와 정치권이 “성장 과실을 독식한다”며 대기업을 옥죄는 국면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극화로 인해 반(反)대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민심을 달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선제적 대응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이 발표한 규모를 보면 어딘가와 사전에 조율이 된 것 아니겠느냐. 다른 대기업도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대기업 압박에 개별 기업은 유화책을 꺼내는 반면 경제단체들은 연일 강력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서 경제단체들은 진술인으로 선정된 단체장(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신 일제히 실무자를 참석시켰다. 참석자들은 정치인들의 질타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대부분의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의 본질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고수익 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반감이 지속되면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에 피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할 때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을 퇴출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27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을 비판하는 자료를 냈고, 한국경제연구소는 29일 ‘금융위기 기간 대기업의 고용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대기업이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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