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문형 신탁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 동아일보

국민-외환銀 이달부터 판매… 초반시장 예상외 실적 부진
“증시조정 끝나면 개선” 기대

은행권이 이달 초부터 자문형 신탁상품들을 내놓고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자문형 신탁 판매를 시작하면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증권업계와 치열한 한판 승부가 펼쳐지면서 전체 랩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초반 결과는 실망스럽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은행이 1일 내놓은 ‘KB와이즈 주식특정금전신탁’의 20일 기준 판매 실적은 19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1만2000여 개 국내 최대 지점망을 보유한 국민은행이 거둔 실적치고는 상당히 저조하다.

외환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1일부터 8개 자문사와 손잡고 ‘KEB 자문형 신탁’ 상품을 내놓고 판매에 들어갔지만 실적은 수십억 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예상보다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의 자문형 신탁이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자 우리은행은 6월 중순경 내놓으려던 자문형 신탁상품의 출시를 아예 미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행들의 랩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증시도 아직 안정을 못 찾은 것 같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7월 초쯤에나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문형 신탁의 초반 흥행 부진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시기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조정 양상을 보이는 바람에 고객들이 은행권의 자문형 신탁상품에 보이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은행 고객들의 특성도 변동성이 큰 자문형 신탁상품에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시점이 좋지 않았을 뿐 자문형 신탁을 취급하는 은행이 많아지면 판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대기자금도 꽤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정기가 끝나면 자문형 신탁의 판매 실적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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