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못 코오롱하늘채’가 실버 세대를 겨냥해 1층 주택 일부에 적용하는 애완동물 전용 시설 및 노인 전용 출입구. 코오롱건설 제공20일 본보기집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서는 대구 수성구 파동 ‘수성못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에는 애완동물을 산책시킨 후 목을 축이게 하거나 발을 씻길 수 있는 ‘펫 바(pet bar)’가 도입됐다. 전용면적 85m²형 1층 일부 가구의 출입문 바로 바깥쪽에 이 같은 용도의 개수대를 따로 마련한 것으로 자녀를 출가시키고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노인 가구를 겨낭한 시설이다.
최근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고령화 시대의 추세에 맞추어 실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편의성 등을 고려한 노인특화평면을 도입하거나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강화하는 등 ‘실버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 게이트볼장-에듀존 등 설치
‘수성못 코오롱하늘채’는 일부 1층 가구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복도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노인 전용 출입구도 마련했다. 긴 복도를 통해 걸어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현관문 대신 집 뒤쪽에 출입구를 더 달아 동선을 줄인 것으로 현관문이 2개인 셈이다. 노인특화평면을 적용한 가구에는 문턱과 문틀을 없앴으며 발코니에 사우나 시설을 들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회사 측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노인층이 아파트의 주요 소비층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노인을 위한 특화평면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광명시 광명6동에서 분양 중인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광명 해모로 이연’도 유연성 균형감 순발력 근력 등 4대 기초체력을 한자리에서 강화할 수 있는 노인 전용 운동기구를 커뮤니티 시설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리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와 야외 게이트볼장 등 실버 세대에 맞는 건강 관리시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EG건설은 올 3월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A-6블록에서 분양한 ‘EG더원 2차’에 실버 세대가 문화·건강 관련 교육을 받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실버 에듀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다음 달 초 분양에 나서는 현대건설 ‘강서 힐스테이트’ 역시 노인 전용 운동시설, 건강관리시스템을 적용한 ‘골든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다. ○ ‘내 집’ 선호 베이비부머 마케팅
각 건설사가 실버 세대 특화평면과 커뮤니티 시설을 선보이는 데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은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가 출가한 후 집 크기를 줄여 작은 평수의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욕구는 강하지만 전·월세 등 임대주택보다 ‘내 집’을 선호해 신규 분양에 사활을 거는 건설사들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큰 집을 처분해 작은 집을 구입하고 나머지 자산은 은퇴자금으로 운용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도심 내 소형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 대한 건설사들의 배려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에도 도심과 도시 인근 지역에 살기를 선호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러한 지역에 분양을 계획 중인 건설사들은 실버 세대가 좋아하는 아파트를 지어야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일본에서는 몇해 전 실버 세대가 은퇴 후 도심 밖 타운하우스로 옮겨가려는 붐이 일었으나 자녀들이 육아를 도와 달라고 간청해 다시 도심으로 ‘U턴’ 하는 현상이 이슈가 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도심을 떠나지 못하는 노인 세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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