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름다운 재규어 ‘올 뉴 XJ’

  • 동아경제
  • 입력 2011년 5월 16일 15시 48분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자동차는 세상에 흔치 않다. 예술품도 아닌 자동차가 아름답다는 것은 이미 기계적인 완성도를 전재로 하고 거기에 미학이 더해졌을 때 가능하다. 그러니 자동차에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 한 차(International Luxury Car)’에 재규어 ‘올 뉴 XJ’가 뽑혔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언 칼럼은 지난 2008년 재규어의 명성 회복을 외치며 ‘XF’를 탄생시켰다. 재규어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기준점이 되는 작품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갖춘 ‘XF’는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독일과 일본의 경쟁차에 밀려 겨우 명맥만 유지해오던 노쇠한 재규어는 ‘XF’를 기점으로 변화의 서곡을 울렸다. 럭셔리 세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재규어를 선두에서 이끌 두 번째 모델이 바로 ‘올 뉴 XJ’이다. 이언 칼럼은 “이전엔 결코 볼 수 없었던 신개념 자동차”라고 XJ를 자랑했다.

XJ중 가장 경제적인 디젤 3.0D LWB 모델을 시승했다.

이전 모델이 수염에 중절모를 쓴 딱딱한 영국신사였다면, XJ는 운동을 좋아하는 신세대 젊은 귀족이 몸에 착 달라붙는 세련된 슈트를 입은 느낌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요트를 빼다박았네

첫눈에 재규어의 눈매를 닮은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발톱처럼 날 선 리어램프가 들어왔다. 길게 늘어뜨린 물방울 모양의 사이드 윈도우는 스포츠 쿠페의 느낌을 주면서도 매끈하다. 재규어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역동성 넘치는 외관에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움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는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XJ 디자인의 핵심은 100% 알루미늄 차체에 있다. 여기에 항공기 조립기술(리벳본딩)을 적용했다. 덕분에 경쟁 차종보다 150kg이상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항력계수(CD)도 0.29에 불과해 공기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실내는 화려한 요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둥그렇게 감싸는 대시보드는 탑승자들에게 일체감을 준다. 목재 및 천연 가죽을 사용한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각 차량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오는 목재만을 사용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완성시켜 예술작품을 보는듯하다.

고급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오디오다.

XJ는 명품 스피커로 유명한 영국 바우어스&윌킨스(B&W)와 손을 잡았다. 1200W 고출력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우퍼를 포함한 20개의 스피커가 실내 어디서도 최상의 음질을 보장한다. 블루투스, DVD, MP3 사용이 가능하다.

신형 재규어를 처음 타본 사람은 당황할 수 있다. 변속레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키를 누르면 기어박스에 감춰져 있던 동그란 버튼형 변속레버가 솟구친다. 금고의 다이얼처럼 가볍게 돌리면서 주차(P), 후진(R), 중립(N), 주행(D), 스포츠주행(S)을 선택할 수 있다. 미래형 12.3인치 가상계기판은 조잡하지 않고 시인성이 높다. 자동차의 상태와 첨단 기능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주행성능은 ‘군계일학’

XJ 3.0D는 트윈 터보차저가 장착된 3.0ℓ 디젤엔진이 들어간다. 최대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무려 61.22㎏·m의 힘을 낸다. 오르막에서도 가속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제로백은 6.4초(0→100km/h)이다.

동력전달 능력이나 브레이크, 차체 밸런스 모두 고속주행에서도 불안하지 않고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올리며 치고나가자 마치 한 척의 요트가 거대한 자동차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연비다. 강력한 대형 럭셔리 세단이 12.7㎞/ℓ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중형차보다 연비가 좋다. 실제 경험한 시내주행 연비는 8~10㎞/ℓ 안팎이었으나, 고속도로 정속운행에서는 14㎞/ℓ를 넘나들었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평균하면 11.6㎞/ℓ 정도였다.

승차감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내세우는 최근의 세단들과 비교할 때 약간 딱딱하고 튀는 느낌이다.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한 사람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겠다.

요즘 차들은 정숙 경쟁을 한다. 독일과 일본은 물론 신흥 자동차 강국들도 조용한 차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XJ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특유의 배기음을 버리지 않았다. 온몸으로 전해오는 적당한 울림이 운전자의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인간의 심장박동 주기와 비슷해 ‘인간적인 기계음’으로 불리는 철마(鐵馬) ‘할리데이비슨’의 배기음이 떠올랐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소소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내비게이션이다. 국산 지니맵을 탑재했으나 터치감이 떨어지고 아이콘이 작아 조작이 어려웠다. 또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점도 아쉬웠다. 고급차에 보조거울을 다는 것도 우습고 차선변경이 조심스러웠다.
‘올 뉴 XJ’는 지난해 국내에서 6개 모델을 모두 합해 198대가 팔렸다. 3.0D LWB는 53대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5.0 LWB로 81대가 팔렸다. 차 값을 생각할 때 괜찮은 성적이다.

가격은 3.0 디젤이 1억2990~1억3990만원, 5.0 가솔린 1억5590~1억6590만원, 5.0 슈퍼차저는 2억790~2억1790만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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