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사진)가 중·대형차 시장을 빠르게 평정해 나가고 있다. 그랜저가 독주하면서 국내 동급 경쟁 차종은 물론이고 일본 수입차 브랜드의 경쟁 모델까지도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1만1265대가 팔려 전체 차종별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월간 판매 1위를 준중형이나 소형이 아닌 준대형 차종이 차지한 것은 그랜저가 처음이다. 최근까지는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준중형인 현대차의 ‘아반떼’와 소형인 기아자동차의 ‘모닝’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그랜저는 1월 시판 직후 6632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2월 1만1755대, 3월 1만1089대, 4월 1만1265대가 나가는 등 3개월 연속 1만 대 이상 판매됐다. 그랜저가 돌풍을 일으키는 사이 경쟁 차종인 기아차의 ‘K7’과 한국GM의 ‘알페온’ 판매량은 하락했다. K7과 알페온은 지난달 3월에 비해 각각 15%, 22.9% 줄어든 2649대, 1005대가 판매됐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 수입차 브랜드의 경쟁 모델들도 비슷했다. 1월 216대가 판매된 렉서스의 ‘ES350’은 4월 31대로 급락했고, 혼다의 ‘어코드’ 역시 2.4모델과 3.5모델 모두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입차가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데다 상품성이 높아진 그랜저로 고객이 몰린 것 같다”며 “하반기에 나올 르노삼성자동차의 신형 ‘SM7’과 그랜저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점은 그랜저가 경쟁 차종은 물론이고 한 단계 낮은 중형과 한 단계 높은 대형차 시장도 잠식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형인 현대차의 ‘YF쏘나타’와 기아차의 ‘K5’, 르노삼성차의 ‘SM5’ 모두 지난달 판매량이 3월에 비해 5∼8%가량 줄었다. 대형인 현대차의 ‘제네시스’ 역시 4월 판매량이 3월에 비해 9%가량 줄어 그랜저의 약진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의 빼어난 디자인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고급 편의사양이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며 “그랜저의 신차 효과도 아직 남아 있어 판매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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