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출길 열렸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T-50 생산현장’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축구장 2배 항공동 분주… 첫 해외비행 ‘눈앞’

마침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T-50)의 수출길이 열렸다.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내 항공동에서 직원들이 T-50의 후속 기종인 TA-50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본계약이 체결되면 이 항공동 생산라인에서 16대의 T-50이 제작돼 인도네시아 하늘을 날게 된다. 사천=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마침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T-50)의 수출길이 열렸다.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내 항공동에서 직원들이 T-50의 후속 기종인 TA-50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본계약이 체결되면 이 항공동 생산라인에서 16대의 T-50이 제작돼 인도네시아 하늘을 날게 된다. 사천=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피 말리는 160일이었죠.”

19일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만난 박노선 KAI 수출본부장은 날짜 이야기부터 꺼냈다. 160일은 그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자 선정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우선협상대상 선정 통보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박 본부장은 “주변에서 ‘되긴 되냐’ ‘희망적이라는데 언제 되냐’라고 자꾸 물어보는 통에 정말 속이 말도 못하게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온 낭보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T-50)는 첫 번째 해외 비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출범 12년을 맞은 KAI의 진정한 봄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 생산물량 2배로

이날 KAI 본사에서는 정작 주인공인 T-50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행기의 최종 조립 작업이 이뤄지는 축구장 2개 크기의 항공동에서는 T-50의 후속 기종인 TA-50의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KAI 측은 “T-50의 생산은 인도네시아와의 본계약이 이뤄지는 대로 곧바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AI의 각 부서는 인도네시아 하늘을 날게 될 T-50 생산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전 임직원이 창사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선 생산본부는 대대적인 생산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3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T-50은 생산을 시작해 시험 비행을 마치고 최종 납품하기까지는 통상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KAI의 월평균 생산 능력은 1.2∼1.5대가량. 그러나 당장 16대의 T-50을 인도네시아에 납품하려면 생산 능력을 2배 수준인 월 3대로 늘려야만 한다. 이동현 생산본부 항공기생산담당은 “생산 소요 시간을 1년에서 10개월 미만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계본부는 인도네시아의 1차 요구 사항에 따른 설계도면 작업을 시작했다. 유사시 무기 장착 여부, 조종석 버튼 배열 등 설계단계에서부터 수정해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본부 소속 11명의 직원은 이날 최종 계약서 조율 및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이제부터가 시작


이에 앞서 KAI는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두 번의 고배를 들었다. 박 본부장은 “록히드마틴도 F-16을 처음으로 팔기까지 4번의 좌절을 겪었다”며 “이제 첫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추가 수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KAI는 이스라엘, 폴란드와도 T-50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KAI가 추가 수출을 자신하는 것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공군이 있기 때문이다. KAI 측은 “‘T-50이 좋다’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우리 공군이 인도네시아 공군에 T-50 비행자료를 전달해준 것이 몇 배나 효과적이었다”며 “공군에서 T-50을 실제로 운영하며 여러 가지 보완 사항을 찾아 고쳤고, 이는 T-50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첫 수출이 성사되면서 KAI 사천 본사의 냉랭했던 공기도 사라졌다. 이날 구내식당에서는 ‘떡 잔치’가 벌어졌다. 수출본부가 인도네시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념해 돌린 떡이다. 이날 KAI 본사에서 만난 직원들은 한결같이 “정말 바쁘고,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표정은 밝았다. 김홍경 사장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회사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외부로부터의 질책과 우리 스스로의 내부적 위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KAI 측은 “우선은 인도네시아와의 최종 협상을 마무리 짓고,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T-50뿐 아니라 TA-50, 기본훈련기인 KT-1 등 다른 기종도 조만간 외국의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천=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