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에 스터디공간 빌려줘요”… 서울에 30여곳 성업중

  • 동아일보

모임공간 전문업체 ‘CNN the Biz’의 음료 코너. 공간 이용료만 내면 40여 가지의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CNN the Biz 제공
모임공간 전문업체 ‘CNN the Biz’의 음료 코너. 공간 이용료만 내면 40여 가지의 음료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CNN the Biz 제공
취업준비생들에게 ‘스터디 모임’은 필수다. 삼사오오 모여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주면서 면접 준비를 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하게 모일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 학교에서 하자니 ‘아직도 취업이 안 됐나’ 하며 동정하는 듯한 후배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카페에서 모이자니 시끄럽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틈새를 모임공간 전문업체들이 파고들었다. 한 사람당 1시간에 2000원가량으로, 5명이 모이면 1만 원에 컴퓨터와 최신형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가 있는 방을 1시간 쓸 수 있다. 로비에는 복사기와 팩스는 물론이고 고급 에스프레소 기계도 구비돼 있다.

‘토즈’라는 업체가 2002년 대학가가 밀집한 서울 신촌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후발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재학생은 물론 이직을 위해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서울 강남, 종로 등지에도 ‘유쾌한 발상’ ‘상상피플’ 등 톡톡 튀는 이름을 가진 업체들과 모임공간의 체인점이 30군데 이상 생겨났다.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봄스터디’라는 모임공간업체를 연 김하성 씨(36)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스터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 것이라 예상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씨는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찬다”면서 “후발업체들이 계속 생겨나 가격도 500원 내려 영업하다 얼마 전에 겨우 올렸다”고 말했다.

업체 수가 늘면서 ‘취업준비생 모시기’ 경쟁도 치열하다. ‘봄스터디’는 1인 전용 독서실과 칠판이 구비된 ‘과외공간’까지 만들었다. 일부 취업준비생이 컨설턴트를 불러 강의를 듣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한 신생업체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40가지 음료와 10가지 간식을 공짜로 준다. 여기에 최신 베스트셀러는 물론 각종 어학서적과 인문과학서적까지 빌려준다.

종로와 강남 등 4곳에 지점이 있는 ‘윙스터디’ 역시 오전 9∼10시까지는 ‘1시간에 500원’ 특가제도를 운영한다. 토즈 역시 무료 면접, 자기소개서 특강 등을 개최해 인기를 얻어 9년 만에 지점을 18개로 늘렸다.

멤버십 제도는 기본이다. ‘유쾌한 발상’이라는 업체에선 회원을 대상으로 이용 금액의 5%를 적립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취업준비생들을 모으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윤진 씨(29)는 “업체들 경쟁에 가격도 저렴해지고 서비스도 다양해져 좋다”면서도 “취업난이 심각해지니 관련 시장이 점점 호황을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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