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검증제, 의사-변호사 로비에 좌초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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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신고때 세무사 검증”… 관련법 국회 표류 우려 높아

기획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슬람 채권법안이 좌초되자 정부 내부에서 전문직에 대한 세수를 늘리기 위해 도입하려는 ‘세무검증제 관련 법안’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독교보다 로비력이 막강한 전문직 집단에서 세무검증제를 반대하는 만큼 국회를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무검증제 도입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관련법은 수입이 5억 원이 넘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학원, 유흥업소, 학원 등 현금 거래가 많은 사업자들이 소득 신고를 할 때 세무사의 검증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당사업자들이 소득을 신고할 때 세무사들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해 사업자들이 비용처리를 엉터리로 해서 세금을 탈루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세무검증을 받으면 의료비와 교육비가 공제되고 무작위 추출 방식의 정기선정 세무조사에서 제외되지만, 받지 않으면 10%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세무검증제 관련 법안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의했지만 의사, 변호사 등 해당 사업자들이 조세 형평성과 제도의 실효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계류됐다. 하지만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도 세무검증제가 8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포함되면서 힘이 다시 실리고 있다. 세무사들도 검증이 미흡하면 등록 취소까지 될 수 있어 반대했지만 정부가 단순 실수는 제재하지 않기로 하면서 최근 찬성으로 돌아섰다. 세무사들로서는 검증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 의사 등 관련 단체는 요지부동이다. 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변호사 출신 의원이 대부분인 법사위에서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현재 대한의사협회 세무대책위원장은 “세무검증제는 납세자 성실성 추정의 원칙에 위반되게 의사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병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진료기록이 남는 만큼 고소득 탈루자는 소수에 그친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세무조사를 자주하지 않는 만큼 과세투명성을 높이려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김낙회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관련법이 통과되면 세무검증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국회의원들도 공감하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무검증제 법안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시작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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