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 영업경쟁 가열 조짐

  • 동아일보

하나금융, 외환銀 美지점 재건 추진… 시중銀도 국외지점 확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뒤 폐쇄된 외환은행 미국 지점을 재건해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동이 걸렸던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금융권 영업대전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를 만나 “(외환은행 인수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라며 “미국에 200만 명의 교포가 있는 만큼 해외진출 과정에서 미국시장의 지점 재건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뒤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살려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미국 법인의 소매금융 기능을 부활시키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 지점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또 미국 외에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영업을 확대해 해외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의 5.4%에서 앞으로 최대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내년 5월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호주 시드니에 지점을 신설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인도 첸나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내년 중국 내 지점을 증설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에 지점과 현지법인의 설립에 나선다. 신한은행 역시 베트남, 중국,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현지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해외진출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내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금융권의 해외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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