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전격 타결]국내 車업계 우려 속 “파장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관련업계 반응

전반적으로 자동차에서 상당 부분 양보하고 축산물과 제약 분야에서 얼마간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결과가 3일 알려지자 관련 업계는 “정확한 협상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이 적어질지도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추가 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문 협상 결과에 대해 자동차업계는 “2007년 협상 결과에서 많이 양보해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분야로서는 아쉬움이 많다”며 “쇠고기를 지키기 위해 자동차를 너무 많이 내준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 자동차 “FTA 효과 지켜봐야…”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환경기준 연료소비효율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예외를 확정하고, 안전 기준에 대한 예외도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 간 자동차 무역불균형을 지적하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규제나 가격 때문이 아니라 성능이나 디자인 등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 떨어졌기 때문인 만큼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 정도로 판매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포드코리아, 크라이슬러코리아, GM코리아 등 미국 수입차업체 3사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올해 1∼9월을 모두 합해 5600여 대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국내 승용차 총판매량을 121만 대, 내년에는 125만 대로 예상하고 있어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이 생각보다 많이 연장된 것에 대해서는 “시급히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한국 자동차회사로서는 5년 뒤라는 관세철폐 시기가 너무 멀어 보인다”고 평가다. 또 미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회사들과 일본 회사들이 세계 경제위기와 리콜 사태 등으로 입은 타격을 회복하기 전에 관세인하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FTA 체결은 한국 자동차업계에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라며 “지금 미국의 정치 지형에서 한국이 다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수출 조건이 지금보다 나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관세인하 효과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FTA로 인해 미국의 관세가 인하되기 전에 미국 경기가 되살아나 현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문제가 되면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쇠고기 비껴갔다” 안도

축산물 분야를 관할하는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장 쟁점이 됐던 쇠고기 문제를 지켜낸 것에 안도를 표시했다. 농식품부 측은 “협상 전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쇠고기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쇠고기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산 축산물 중 한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를 5년 유예한 것에 대해서는 “국내 농가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대비할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국내 농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수입조건 완화에 크게 기대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도 내심 우려했던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 시행을 미룰 수 있게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제약업계는 추가 협상 과정 동안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제약사의 주력 제품인 복제의약품(제네릭) 개발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시행되면 직접적 손실액만 매년 3000억 원을 넘게 되고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잠식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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