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뼈깎는 긴축’ 발표… 4년간 150억유로 재정감축

  • 동아일보

경제위기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아일랜드가 대대적인 재정 감축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4년간 150억 유로를 줄이는 아일랜드 사상 최대 규모의 긴축안이다.

24일 발표된 긴축안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2014년까지 100억 유로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50억 유로의 세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모두 150억 유로를 충당할 계획이다. 이는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의 4% 가까이 되는 규모다. 이 중 내년 한 해에만 60억 유로의 감축을 목표로 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의료와 교육, 농업, 국방 등의 예산을 30억 유로 줄이고 복지 분야에서도 28억 유로의 예산을 감축하게 된다. EU 회원국 중 상위 두 번째로 높았던 최저 임금은 시간당 8.65유로에서 7.65유로로 12% 낮추고, 공무원 임금도 10% 삭감한다. 반면에 소득세 부가 대상을 확대하고 소득세와 재산세 등도 늘려 세수는 늘리게 된다.

EU 회원국으로부터 인상 압력을 받아온 법인세의 경우는 현재의 세율(12.5%)을 유지하기로 했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견인해온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는 나라의 경제를 키운 근간이자 국제적인 ‘브랜드’로까지 자리 잡은 만큼 변경하지 않겠다는 것.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감축안은 미래 경제 회복의 신뢰와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적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이 감축안이 의회를 통과해 제대로 시행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카우언 총리는 경제위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높아지자 내년 초 의회 해산 및 총선 실시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고 있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파업도 예상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