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당 시장의 불안전성이 심화되면서 국내 제당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제당업계에 따르면 원당 값이 급등한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당 값 급등은 기후변화로 브라질과 인도 등 원당 생산국가의 작황이 좋지 않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신흥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설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당은 2월 초 미국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장중 한때 파운드당 30.40센트를 기록하면서 30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나 서서히 반등해 9월부터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9일에는 33.11센트로 장을 마쳐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의 14센트대와 비교하면 150%가량 상승한 수치다.
설탕은 원당 가격이 원가의 70∼80%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7% 감소했으며, 대한제당은 93.2% 줄어들었다. 7월 설탕 가격을 평균 8.3% 올렸지만 원당 값 인상 폭이 워낙 커 그동안의 손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11년도 경영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적자계획을 세워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제당업체들은 가격인상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싶지만 정부의 압박이 만만치 않아 속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가격 불안정성이 커진 설탕을 비롯해 밀가루, 라면, 빵, 식용유 등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품목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제당업계에서는 선물시장을 활용하고 저가 원산지 발굴을 통해 가격 급등에 대처하고 있지만, 상승폭이 예상치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자구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양사 관계자는 “영업, 생산, 관리 전 부문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원료비 비중이 큰 제당산업의 특성상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탕은 공산품과 같은 성격의 제품이 아니므로 국내 산업의 특성과 소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제당협회는 설탕 관련 산업인 제과·제빵·음료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설탕 가격을 10% 인상하더라도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에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설탕을 수출해달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국내 설탕 소매가격이 중국보다 15∼20% 싸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설탕 가격이 왜곡돼 있기 때문에 수익성만 생각하면 수출을 늘려야 하겠지만 국내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설탕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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