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 이후]정상회의 의전 뒷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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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직접 벨 울리며 시간 조절 ‘SILENCE’ 표지판으로 잡담 차단

12일 오전 9시경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주회의장. G20 준비위원회 실무자들은 예정된 회의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상들이 자리에 앉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의장석에 앉아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일부 정상은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여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통역사들이 바짝 붙어 3자 간 토론을 통역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4시경에야 도출된 중재안을 중국이 거부한 상황에서 이 사안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회의 시작 시간은 지났지만 저 대화는 막아선 안 된다. (‘서울 컨센서스’ 도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의 시작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이들의 ‘스탠딩 협의’는 계속됐고, 이들의 협의 결과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의 합의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G20 준비위는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에게 행사 시작 시간을 알리기 위해 한국적 효과음을 사용하기로 하고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소리로 녹음된 효과음을 준비했다. 몇 초 간격으로 3번 울리는 이 종소리는 11일 저녁 국립중앙박물관 만찬 때 리셉션 종료 및 만찬 시작을 알렸고, 12일 첫 회의를 시작하는 안내용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에밀레종 소리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12일 오전 “계획에는 없었지만 사회자인 내가 직접 벨을 울려가며 진행하겠다. 종을 구해오라”고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 G20 준비위는 부랴부랴 금속제 종을 구해왔고, 이날 오후부터는 이 대통령이 직접 종을 울려가며 정상들이 회의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G20 준비위가 코엑스로 회의장을 결정하면서 고민한 문제는 회의장 바깥의 소음을 어떻게 차단하느냐는 것이었다. 각국과 국제기구에서 온 수행원 200여 명이 대기하는 동안 잡담하는 소리가 회의장에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G20 준비위는 수행원들을 위한 별도의 대기실을 마련하고, 신문지 크기의 보드에 영문으로 ‘SILENCE(정숙)’라고 적은 표지판을 준비했다. 회의장 주변이 시끌시끌해지면 자원봉사자들은 틈틈이 표지판을 들고 회의장 주변을 돌았다. 한 관계자는 “표지판은 100점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동영상=李대통령 “G20에서 역사적 성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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