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회의 폐막 이모저모]이들이 있었기에… G20 성공개최 숨은 조연 5인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백색가루 소동땐 아찔했었죠

지하철 삼성역장 김경호 씨
지하철 삼성역장 김경호 씨
“승객은 없지만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오늘도 평상시처럼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경호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장(51·사진)은 12일 최근 6개월 중 가장 ‘한산한’ 하루를 보냈다. 삼성역 지하 역사(驛舍)가 G20 회의장인 코엑스와 연결돼 있어 경호를 위해 이날 하루 열차들을 무정차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지하철 1∼4호선 중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삼성역은 하루 평균 25만 명이 이용한다. 김 역장은 올해 1월 부임 이후 G20 회의 안전 개최를 위해 뛰어온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외국인 승객이 두고 내린 노트북 가방을 폭발물로 오인하는 일도 있었고, 얼마 전에는 ‘백색가루’ 소동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죠.” 김 역장은 “그 많던 승객이 한 명도 없으니 어색하다”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행사를 마무리하는 데 일조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손님 줄었지만 성공개최 보람

코엑스몰 음식점 운영 백인환 씨
코엑스몰 음식점 운영 백인환 씨
“손님이 줄어 서운한 마음 절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뿌듯한 마음 절반이에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백인환 씨(28·사진)는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가는 12일 오후 그동안의 가슴앓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코엑스몰 내 상점 대부분이 회의 기간에 문을 닫거나 열어도 손님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영업에 큰 손해를 봤다. 출입증을 지니지 않은 사람들의 코엑스 입장이 제한됐고 가게를 열어도 손님이 없어 장사가 잘되지 않았기 때문. 백 씨는 “1년에 두세 번 있는 대목 중 하나인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도 G20 정상회의 때문에 손님이 없어 무척 속상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조금 손해보고 큰 국가행사인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니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영어로 외국기자 취재 뿌듯

청사초롱 e-리포터 최영웅 군
청사초롱 e-리포터 최영웅 군
“기자 10분을 인터뷰했어요. 독일 기자 아저씨도 영어로 인터뷰했는데 조금 떨렸어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선발한 ‘청사초롱 e-리포터’ 최영웅 군(13·경기 평촌중 1년·사진)은 “다들 이번 회의를 만족스럽게 평가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7 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연소로 합격한 최 군은 9∼12일 다른 대학생 리포터 13명과 함께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를 상대로 이번 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인터뷰했다. 코엑스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공식 홈페이지(cafe.naver.com/g20echorong)에도 올렸다. 토종 영어인데도 매우 유창하다. 유엔 사무총장이 꿈인 최 군은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가문의 영광”이라며 “친구들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인을 꼭 받아오라고 했는데 성사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미뤄둔 신혼여행 이젠 가야죠

서울 중부署 김상준 순경
서울 중부署 김상준 순경
서울 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김상준 순경(28·사진)에게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7일 결혼한 김 순경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신혼여행이 겹쳤다.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지만 그는 여행을 미뤘다. “신혼여행을 미루면 평생 바가지 긁힌다”고 주위에서 충고했지만 부족한 인원에 G20 경비까지 나서야 할 지구대 형편에 혼자 빠질 수 없었다. 부인 남가영 씨(28)도 흔쾌히 허락했다. 김 순경은 G20 기간 내내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묵었던 서울 신라호텔 경비를 섰다. 그는 “신라호텔로 출근하는 기분이 이상하더라”며 “그러나 주요 정상의 안전을 지켜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 일조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14일 신혼여행을 떠난다. 공무원은 결혼 다음 날부터 휴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연차를 쓰기로 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바쁜 경찰에 작은 힘 보탰을 뿐

G20중 절도범 잡은 시민 강상길 씨
G20중 절도범 잡은 시민 강상길 씨
“G20 정상회의 경비로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을 조금이나마 도우려고 했는데, 퍽치기 상습 절도범까지 잡게 됐네요.” G20 정상회의 기간에 서울 성동경찰서 경찰관들과 합동 순찰근무를 서고 있던 강상길 씨(36·부동산중개업·사진)는 8일 오후 11시50분경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한 전화부스 근처에서 한 남성이 취객을 상대로 지갑을 훔쳐 달아나려고 한다”는 긴급 무전을 받았다. 강 씨는 즉시 경찰관들과 순찰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고, 막 달아나려던 전과 28범의 절도범 김모 씨(48)를 경찰관을 도와 격투 끝에 붙잡았다. 이어 강 씨는 순찰차에 김 씨를 태우고 직접 경찰서로 호송했다. 그는 “경찰과 함께 도둑을 잡을 때는 정말 긴장됐다”면서도 “방범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네 치안 유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