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메르세데스벤츠 슈퍼스포츠카 ‘뉴 SLS AMG’

  • 동아일보

맹수를 닮은 車 마치 포효하듯… ‘크르렁’ 소리와 함께 3.8초만에 시속 100km

메르세데스벤츠 ‘뉴 SLS AMG’는 1950년대 각종 레이싱대회를 휩쓸었던 ‘300 SL’의 디자인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뉴 SLS AMG’는 1950년대 각종 레이싱대회를 휩쓸었던 ‘300 SL’의 디자인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담당 기자를 하면서 “지금까지 타 본 차 중에서 어떤 차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질문하는 사람은 기대를 품고 대답을 기다리지만 명쾌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종류의 차를 탈 기회는 많지만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일장일단이 있어 특정차를 꼽기가 힘들었다. 한 대에 수억 원씩 하는 럭셔리카나 슈퍼스포츠카는 시승차를 운영하지 않아 타 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대답을 망설인 이유일 것이다.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차를 26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타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슈퍼스포츠카인 ‘뉴 SLS AMG’다. 다임러그룹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AMG가 195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차량인 ‘300 SL’의 디자인을 계승해 첨단 기술을 갖춘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재현한 차다. 최고 출력 571마력에 최대 토크가 66.3kg·m인 8기통 6.3L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와 결합해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3.8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7km까지 낸다. 국내 판매 가격은 기본형이 2억6000만 원, 카본 패키지가 2억8900만 원이다.

부활한 전설의 스포츠카를 타고 슈투트가르트 일대 아우토반과 산길, 시골길을 달렸다. 한국 기자들 중 뉴 SLS AMG를 시승한 것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월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시승차는 운영하지 않았다. 올해 한국에 배정된 30대가 예약으로 판매가 완료돼 시승할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키를 받아들고 타려니 문에 손잡이가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키에 있는 열림 버튼을 누르니 문에 숨어 있던 손잡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돌출된 부위를 조금이라도 줄여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메르세데스 AMG 관계자가 설명했다. 문을 위로 열고 시트에 앉았다. 시트는 몸통을 감싸듯이 둥그런 형태여서 코너링할 때 운전자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자 앞쪽에는 시트를 운전자의 몸에 맞출 수 있게 조절하는 버튼이 3개 더 있다.

핸들은 원형이 아니고 운전자 가슴 쪽이 직선인, 알파벳 ‘D’를 옆으로 눕혀 놓은 듯한 모양이 특이했다. 계기반 최고 속도가 시속 360km까지 표시돼 있는 것 외에 센터페시아는 다른 AMG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맹수가 포효하듯 ‘크르렁’ 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가속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좀 더 힘을 줘서 밟자 그때서야 앞으로 나아갔다. 앞이 유난히 길고 뒤가 짧아서 처음에는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속 120km를 넘어서자 트렁크에 숨어 있던 에어로 포일 리어 스포일러가 올라왔다. F1 머신처럼 고속 주행에서 다운 포스를 극대화해주는 리어 스포일러 덕분에 가속페달을 더 밟아도 차체가 바닥에 단단히 달라붙는 느낌이 났다.

아우토반에 차가 많아 고속 주행을 테스트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속도를 내기 위해 1차로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2km 정도 벌렸다가 시속 130km에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순식간에 계기반 바늘은 200을 넘어서 240까지 올라갔다. 좀 더 속도를 올려보고 싶었지만 앞 차 때문에 속도를 낮춰야 했다. 아우토반 1차로에서는 뒤에서 차가 달려오면 2차로로 양보하는 게 불문율인데 그 불문율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포르셰 같은 스포츠카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달려올 때가 그런 경우다. 뉴 SLS AMG 역시 제로백이 3.8초밖에 안 될 정도로 순발력이 좋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2km 정도 벌려도 따라잡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세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승차감은 다소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세팅돼 승차감이 딱딱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가 엔진룸에서 포효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엔진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하지만 거침없이 질주하다가도 서야 할 때 정확히 서는,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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