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임원 “비자금 진술 중단해달라” 5000만원 주고 무마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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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전 ‘침묵’조건 건네… 한화측 “그룹과는 무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측이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이 금융감독원에 포착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복수의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그룹 차원에서 수사무마 로비에 나섰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전직 직원인 A 씨가 6월 중순경 금감원에 5개 계좌를 제출하며 “한화그룹 비선조직이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로부터 두 달여 뒤인 8월 16일 한화증권의 임원 B 씨가 A 씨를 찾아가 수표로 5000만 원을 건네며 “더는 이 사건에 대해 관계기관에서 진술하거나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A 씨는 B 씨를 만난 자리에선 일단 이 돈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체국에서 우편환으로 한화증권 측에 받은 돈을 송금했다. 이어 그는 5000만 원을 건네받고 송금한 것을 증빙하는 관련 서류를 동봉해 금감원에 추가로 신고했다고 한다.

두 달 동안 관련 사건을 가지고 있었던 금감원은 ‘5000만 원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이 사건 관련 기록 일체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넘겼다. 현재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검은 한화증권 지점에 개설된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룹 전현직 임원 1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했다. A 씨는 대검과 서부지검에서 서너 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현재는 잠적한 상태다.

금품으로 제보자를 매수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A 씨에게 건넸다는 5000만 원은 그 출처가 B 씨 본인의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그룹과는 무관하다”며 “회삿돈이 아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 사안으로 검찰에서 소명이 다 됐다”라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금품 로비를 받고 잡음이 일자 뒤늦게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 측은 “정상적인 조사 절차를 거쳐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으며 검찰에 넘긴 시기가 우연히 ‘5000만 원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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