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지방공기업 방만경영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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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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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율 7868% 양평지방公 성과급 잔치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6조3455억 원에 달하는 ‘부채 폭탄’을 안고 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부채가 무려 5조5365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에 부채비율도 369.3%에서 505.5%로 136.2%포인트 높아졌다. 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이 회사의 임직원은 지난해 54억3264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사장은 1375만 원, 임원과 직원은 각각 1인당 평균 2187만 원과 837만 원을 받은 것이다.

경기 양평군 산하의 양평지방공사의 작년 말 기준 부채 비율은 7868%로 지방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이 회사는 2008년 14억 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도 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어마어마한 부채비율 속에 적자폭도 커졌지만 이 회사의 사장은 지난해 성과급으로 1237만 원을 받았고 직원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됐다.

○ 대형 사업 중단돼도 성과급은 지급

광역지자체 산하 16개 도시개발공사의 부채 규모는 34조9820억 원으로 전체 지방 공기업 부채(42조6800억 원)의 약 82%를 차지한다. 평균 부채 비율도 347.1%로 전체 지방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132.8%)을 크게 웃돈다. 특히 상당수 도시개발공사가 추진했던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시개발공사의 성과급 지급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1조5000억 원을 투자한 ‘알펜시아 리조트’가 분양에 실패하며 자금 부족으로 공사를 멈췄고 하루에 이자로만 1억 원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총 6억6426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임원과 직원 1인당 각각 평균 717만 원과 512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광역지자체 산하 개발공사 중 SH공사 다음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경남개발공사(441%)와 경기도시공사(393%)도 2007∼2009년 매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 중인 지하철공사도 성과급 지급에는 적극적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2374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사장은 3063만 원, 임원은 1557만 원(평균), 직원은 532만 원(평균)의 성과급을 받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지난해 2140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사장은 4627만 원, 임원은 2413만 원(평균), 직원은 653만 원(평균)의 성과급을 받았다.

○ 평가 시 비중 낮은 경영실적 평가


부채가 많은 지방 공기업이 임직원에게 후하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는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경영실적과 관련된 점수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도시개발공사 평가의 경우 100점 만점에 영업수지비율과 부채비율 관련 점수는 각각 8점과 4점에 불과했다. 지하철공사 역시 영업수지비율에 대한 배점이 100점 만점에 5점밖에 안 되고 부채비율 배점은 아예 없었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부터 도시개발공사와 지하철공사 영업수지비율 배점이 각각 15점과 10점으로 늘어났지만 이 역시도 정확한 재정 상태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점수”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산하 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일제 재무상태 점검을 대형회계법인을 통해 진행 중”이라며 “11월 말에 결과가 나오면 더욱 구체적인 경영평가 및 구조개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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