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삼성 ‘듀얼 뷰 카메라’ 셀카 찍기 쉽게 앞에도 LCD창 달아 대박
동아일보
입력 2010-10-02 03:002010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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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눈에 기술을 맞췄다…3개월만에 100만대 팔렸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듀얼 뷰(Dual View) 카메라’는 기술, 기계 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상품 혁신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경쟁 카메라업체들이 광학기술로 승부하고 있을 때 삼성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듀얼 뷰 카메라의 핵심 콘셉트는 카메라 앞면에 있는 1.5인치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 창이다. 삼성은 200회 이상의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는 소위 ‘셀프카메라(셀카)’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 이를 토대로 삼성은 카메라 앞면에 LCD 창을 부착해 고객들이 훨씬 편리하게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
소비자들은 이 카메라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 이상 팔렸다. 듀얼 뷰 카메라의 성공에 힘입어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8년 말 10.4%에서 지난해 말 11.6%까지 올라갔다.
삼성이 글로벌 히트 제품을 내놓겠다는 목표로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선보인 듀얼 뷰 카메라의 성공 요인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 분석했다. 이 기사 전문은 DBR 66호(2010년 10월 1일자)에 실려 있다.
○ 시장을 차별화 하라
삼성은 TV를 비롯해 반도체, 휴대전화에서는 선도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카메라 분야에서 일본 기업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카메라 분야가 전자산업 생태계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첫 단계로 점차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삼성은 2008년부터 카메라 사업을 강화했다.
삼성의 카메라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사장은 캐논, 니콘 등 일본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삼성 카메라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캐논과 니콘은 화질 측면에서, 소니는 화려한 신기술 측면에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 카메라는 저가(低價)라는 이미지 외에 딱히 뚜렷한 특징이 없었다.
박 사장은 삼성 카메라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2008년 초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이 팀은 경쟁업체인 캐논, 니콘, 소니에 비해 삼성카메라의 단점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했다. 처음엔 품질을 의심했다. 하지만 더 고민해보니 새롭고 참신한 제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결국 프로젝트 팀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팀은 심층적인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과거 데이터를 뽑아 분석해보니 미국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면 세계적 히트 상품으로 부상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프로젝트 팀은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기존 카메라에 갖는 불만은 무엇인지, 갖고 싶은 카메라의 기능은 무엇인지 치밀하게 조사했다. 200회 이상의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미국 소비자 가운데 젊은층의 삼성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다른 계층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젝트 팀은 고객들이 카메라로 무엇을 많이 찍는지 조사했는데 풍경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찍는다는 젊은층이 의외로 많았다. 뒷면은 물론이고 카메라 앞면에 LCD 창을 하나 더 달아서 셀카를 자유자재로 찍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황충현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는 “필름 시대에는 대부분 앨범에 저장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기에 셀카가 많지 않았다.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셀카를 찍는다. 특히 우리가 주력 타깃으로 잡은 젊은 세대들은 셀카를 선호해 신제품의 핵심 콘셉트로 ‘듀얼 뷰’를 정했다”고 말했다. ▼ 최첨단 기술로 2년간 제품 준비… 14개국서 68개賞수상 ▼
○소통의 연속이었던 제품 개발 과정
듀얼 뷰 카메라의 성공 요인으로 NCD(New Concept Development) 프로세스에 충실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NCD 프로세스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혁신 콘셉트를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특히 NCD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부서원 간의 소통이 중요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에는 상품기획, 마케팅 전문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프로젝트 팀은 콘셉트를 개발하면서 자주 워크숍을
열었다.
작은 LCD 창을 앞면에도 넣자는 콘셉트에 대해 일부 팀원은 디자인 관점에서 아름답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때 서로 마음을 열고 앞면의 LCD 스크린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생각해낸 것이
‘이중박막사출’이란 기능이다. 듀얼 뷰 카메라는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면의 LCD 스크린이 보이지 않는다. 전원을 켜야
LCD 창이 선명하게 나타나도록 외관 플라스틱의 빛 투과율을 조절한 것이 바로 이중박막사출 기능이다. 이 때문에 군더더기 없는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팀은 상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목소리를 자주 들으려고
노력했다. 황 상무는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제품을 누구보다도 먼저 선보여야 한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상품인 만큼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마케팅 전략을 짜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듀얼 뷰 카메라의 핵심 콘셉트인 앞면의 LCD 스크린을 어떻게 강조하느냐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실제 모델과 같은 디자인의 대형 모크업(mock-up·모형)을 매장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평상시에는 LCD
창이 보이지 않지만 소비자가 1m 이내에 접근하면 센서가 작동해 고객들은 LCD 스크린으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 착안해 매장 안에 별도의 부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직접 듀얼 뷰 카메라로 셀카를 찍어볼 수 있도록 했다.
듀얼 뷰 카메라는 기존 삼성 카메라에 대한 인식을 바꾼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14개국에서 68개의 기술, 디자인 관련 상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 유에스에이투데이, 뉴욕타임스, ABC뉴스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6000건 이상 소개돼 1200만 달러
상당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듀얼 뷰 카메라는 과거 화질 위주의 기술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해 큰 성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좋은 화질 못지않게 남들에게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듀얼 뷰 카메라는 삼성 카메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문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mlee@yonsei.ac.kr ▼ 성공 요인 세가지 ▼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놀라움(pleasant surprise)’을 선사한다. 삼성의 듀얼 뷰 카메라는 전면에 작은 LCD 스크린을 추가함으로써 ‘셀프 카메라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잠재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선물했다. 1. ‘콜럼버스 프로젝트’ 70명…끊임없이 소통하며 협업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항상 상품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가지고 면밀히 관찰하고 토의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듀얼 뷰 카메라의 성공 뒤에는 전문영역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조가 있었다. 특히 제조업체에서 디자이너(Designer)-엔지니어(Engineer)-마케터(Marketer), 즉 D-E-M 기능 간 협업이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히트 카메라 상품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비전으로 70여 명으로 구성된 ‘콜럼버스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했다.
2. 소비자 욕구 심층조사…디카에 스마트기능 강화
온라인 및 모바일 매체가 급부상하고 있다. TGIF, 즉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 등을 통한 사람들 간 교류가 활성화하고 있다. 이런 매체들은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감성적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소비자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듀얼 뷰 카메라는 셀카를 찍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며 찍을 수 있게 했다. 또 와이파이(Wi-Fi) 기능을 내장해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후 카메라에서 바로 웹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스마트한 기능을 제대로 뽑아낸 것이다. 삼성은 사람들이 왜, 어떻게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이 제품을 디자인했다.
3. 원칙에 충실한 마케팅…젊은 고객 마음 사로잡아
STP 전략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상품이 성공하려면 시장을 세분하고(시장 세분화·Segmenting), 이 세분된 시장 중에서 목표시장을 정해(목표시장 선정·Targeting), 상품의 이미지를 목표시장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작업(포지셔닝·Positioning)을 거쳐야 한다.
듀얼 뷰 카메라의 공략 대상은 젊은층이다.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 삼성이란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젊은 세대들에게 높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카메라 콘셉트 개발에 충실했다. 마케팅 전략을 짜면서도 젊은층에게 익숙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타깃 고객군의 감성 코드에 맞는 마케팅 전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는 성공으로 이끌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6호(2010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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