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하려면 우리 인증 받아라” 한국기업, 새로운 장벽에 허리 휜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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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도 규제 늘려… 기술-노하우 유출 우려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A사는 중국에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골치가 이만저만 아픈 게 아니다. 중국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번번이 중국 현지 인증기관으로부터 ‘KS마크’와 같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 다른 해외 인증의 경우 제휴관계에 있는 국내 인증기관을 통해 제품인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중국은 반드시 자국 내 인증기관이 발급한 인증만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 인증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인증 발급 시 완제품 2개와 완전히 분해된 상태의 제품 1개 등 총 3개의 제품을 시험용으로 요구한다”며 “인증을 받을 때마다 드는 수천만 원의 비용 문제는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제품 설계 및 관련 기술이 노출될 수 있다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귀띔했다.

○ 나날이 높아지는 ‘인증 장벽’

국가 간 무역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21세기라지만 인증 강화 등 기술규제를 통한 각국의 시장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최근 5년간 WTO에 통보된 세계 각국의 기술규제 건수는 2005년 771건에서 2009년에는 1491건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특히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은 2009년 기술규제가 201건에 달해 절대건수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인증은 각 나라가 사용하는 기술규제의 대표적인 수단. 중국은 자국의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중국 내 생산 및 유통을 원천 불허하는 ‘강제인증제도’(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를 실시하고 있다. 수출기업이 많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로서는 갈수록 그 부담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인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 기업들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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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제품별로 각기 다르게 받아야 하는 이들 인증은 비용과 시간, 기술보안 면에서 기업들에 여간 부담이 아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특히 인증 장벽에 대응할 전문 인력과 자금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은 해외 인증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아프리카 수출길에 나섰다가 현지에서 통관을 하지 못해 몇 달이나 컨테이너박스에 제품을 쌓아둔 경우도 있다. 이 회사는 뒤늦게 부랴부랴 인증을 신청해 결국 현지 시장에 물건을 풀었지만 그 과정에서 적잖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지경부는 올 7월 지경부 산하에 있던 6개 시험연구원을 3개의 대형 시험인증기관으로 통합해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대형화’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를 키워서 해외 인증기관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인증 취득을 지원하는 한편 동남아 등 제3세계 국가의 인증시장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시험·분석 역량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인증시장의 60%가량은 선진국의 다국적 시험인증기관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2조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인증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시장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의 인증 취득을 지원하는 것도 숙제”라며 “이를 위해 현재 중국 현지의 시험인증기관 중 하나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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