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신격호 회장이 선택할 레스토랑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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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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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호텔 ‘페닌슐라’ 재개장
장녀 신영자 사장 ‘바인’ 적극권유
호텔측 신회장에 낙점 요청하기로

요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임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페닌슐라’ 레스토랑의 운명입니다. 이 호텔은 현재 식음료 매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는데요. 1층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페닌슐라’와 위스키 바 ‘윈저’를 개보수한 뒤 이 자리에 지하에 있던 뷔페 ‘라세느’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를 옮겨올 계획입니다.

‘페닌슐라’는 역시 1층에 있던 와인레스토랑 ‘바인’의 자리로 옮겨와 원래는 이달 2일 재개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바인’ 매장에서는 간판과 메뉴를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페닌슐라 재개장을 눈앞에 두고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바인도 좋지 않으냐”는 의견을 낸 것입니다. 2002년 오픈한 뒤 도심의 대표적인 와인 레스토랑으로 사랑받아온 ‘바인’이 사라질 위기에 빠지자 신 사장이 나선 것입니다. 신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을 맡고 있어 호텔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라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호텔로서는 오너 쪽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게 됐지요.

결국 롯데호텔은 부랴부랴 홍보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옛 ‘바인’ 자리에서 새 간판을 걸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뉴판은 ‘페닌슐라’로 나오고 있지만 업장의 ‘바인’ 상호는 떼지 못한 채 간판을 종이로 가려 놓은 상태입니다.

롯데호텔 임직원들은 ‘바인’보다는 ‘페닌슐라’로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페닌슐라(peninsula·반도)’는 1936∼1974년 운영된 국내 최초의 상용호텔인 ‘반도호텔’(롯데호텔의 전신)에서 이름을 따와 1979년 롯데호텔 개관 때 문을 연 대표 레스토랑입니다. 1980년대 말까지 국내 레스토랑 중 최고 매출액을 자랑했고 ‘맞선 명당’으로도 이름을 떨쳤지요. 롯데호텔은 부산 울산 제주 호텔에서도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이 이름에 애착이 많습니다.

롯데호텔은 결국 신격호 회장에게 이 사안을 보고하고 결정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호텔 경영진은 16일 34층 집무실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에게 올라가 ‘페닌슐라’와 ‘바인’ 중 어떤 것으로 할지 가린다고 합니다. 신 회장은 1921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물며 그룹의 주요 사항을 보고받고 레스토랑 이름까지 결정할 정도로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재윤 산업부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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