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위직 직무 느슨… 승진 엄격해야”

  • 동아일보

취임 100일 김중수 총재, 임직원에 또 쓴소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국제적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업무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는 쓴소리를 했다. 다음 달 인사가 예정돼 있고 현재 조직개편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그의 발언이 더욱 눈길을 끈다.

7일 한은에 따르면 김 총재는 5일 직원들에게 e메일로 보낸 A4 용지 넉 장 분량의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취임 3주일 후 워싱턴을 방문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은 직원이 단 2명이라는 현실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나라 경제가 상호 연관돼 있는 환경에서는 중앙은행 간의 네트워킹이 총재뿐 아니라 모든 직급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업무 환경에 대해 “한은 직원들은 승진이 밀리고 인센티브가 없는 점을 (한은의) 문제로 지적한다”며 “고위직 업무 차별화, 전문성 강화와 함께 승진에 대한 자격조건이 투명하되 엄격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은 고위직이 바쁘지만 후진국은 하위직이 바쁘다”며 “업무의 질이 높아야 함은 물론 업무의 양도 고위직이 많아야 하는 게 선진국인데 우리는 누가 얼마나 더 바쁘냐”고 물었다. 다음 달 인사를 앞둔 간부급 직원을 겨냥한 셈이다.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퇴직 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해외연수와 내부교육 강화 △조사·연구 기능의 제고 △담당 업무의 국제화 △조직 관리 기능 강화 등의 골격을 제시했다.

김 총재는 5월에도 “요새 한은은 태평성대”라고 언급해 한은 일각의 무사안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한은 내부에서는 수긍하는 분위기와 함께 김 총재가 자신의 논리만 지나치게 내세운다는 평가도 나온다. 4월 1일 취임한 김 총재는 9일로 100일을 맞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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