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로존 회복-침체 ‘리트머스 시험지’로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정부 “문제없다” 진화 불구
“IMF 지원 불가피” 관측 확산
국채 스프레드 최고치 경신


그리스에 이어 또 다른 유럽 금융위기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스페인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페인 정부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설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유럽발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충격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위기 극복 여부는 유로존의 생존까지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스페인도 구제금융 불가피”

스페인 정부는 무려 2800억 유로에 이르는 IMF 구제금융설에 “완전히 미친 소리”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 가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급속히 확산되는 투자자들의 비관적 인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드리드 증시는 5일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독일 국채를 기준으로 한 스페인의 10년 국채 가산금리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프레드는 1999년 스페인의 유로통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앤드루 가트워트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결국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행들이 스페인에 투자해 놓은 자금규모는 약 8500억 유로로 그리스에 묶여 있는 1900억 유로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유럽발 금융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에 거액의 자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는 것.

○ 가속도 붙는 금융개혁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이날 야당인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와 은행 구조조정 법안에 합의했다. 정적(政敵)인 두 사람이 공식 회담에 나선 것은 1년 6개월 만이다.

이 법안은 ‘카하스(cajas)’라고 불리는 저축은행들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위기에 놓인 스페인의 저축은행은 44개에 이른다. 라호이 대표는 “3개월 안에 저축은행 시스템을 개혁할 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의 올리 렌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스페인은 금융지원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이날 스페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상 재정적자 비율을 기존 10.1%에서 9.8%로 낮췄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0.4%로 기존 ―0.6%보다 소폭 상향조정했다.

시장에는 스페인 정부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파테로 총리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스페인 정부가 큰소리치는 또 다른 근거는 GDP 대비 외채 규모가 그리스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 하지만 적자규모 자체로 따지면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그리스 다음으로 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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