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고객 설득하기 전에 직원을 내편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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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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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브랜딩’ 전략 / 전경련 IMI - 스탠퍼드 AMP 강의

박찬수 고려대 교수
박찬수 고려대 교수
사내 공감대 없이 소비자 상대로 약속 내걸면 직원 냉소 유발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IMI)과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 공동 주최하는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인 ‘스탠퍼드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과정의 주요 강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DBR 47호(12월 15일자)에 실린 박찬수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내부 브랜딩’ 강의 내용을 요약해 전해드립니다.

‘브랜딩(branding)’이란 브랜드(이름 로고 심벌 슬로건 등), 상품, 가격, 판매 촉진, 유통, 웹사이트, 직원 등 여러 측면에서 고객이 일관된 기대를 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이런 브랜딩을 수행하는 주체는 바로 회사 직원들이다. 따라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브랜딩을 실시해야 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명감을 갖도록 하는 과정을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라고 한다.

“고객을 설득하기 전에 자기 직원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세계적 PR 컨설팅 기업인 에델만의 CEO 리처드 에델만이 한 말이다.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도 못한 채 고객을 상대로 약속을 내걸면 직원들의 냉소를 유발할 수 있다.

내부 브랜딩의 모범 사례로 화우테크놀러지라는 국내 기업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LED 조명은 형광등보다 이산화탄소를 절반만 배출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화우테크놀러지는 이러한 친환경 제품을 고객들에게 공급하면서 스스로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래서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님에도 사내에 브랜드 관리팀을 만들어 내부 브랜딩을 실시했다. 기본적으로 공장을 신축하는 데 들어가는 조명은 모두 LED를 썼다. 임직원들의 자가용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회사에 도보나 자전거로 출근하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장려금을 줬다. 반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직원에겐 벌금을 물렸다. 엘리베이터는 5층 이상 올라갈 때만 탈 수 있게 했다. 고객에게 친환경 제품을 파는 기업으로서 직원들부터 친환경적 마음가짐을 지니도록 유도했다.

내부 브랜딩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은 2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내부 브랜딩을 한다면서 직원들에게 고작 e메일 한 통으로 ‘통보’만 하는 사례가 있다. 내부 브랜딩의 목표는 통보가 아니라 ‘납득’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왜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또 내부 브랜딩을 전적으로 인사부서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많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내부 브랜딩은 단일 부서의 노력만으로 결실을 볼 수 없다. 다양한 부서원들의 노력과 폭넓은 활동이 필요하다.

내부 브랜딩에 성공하려면 최고 리더가 솔선수범해 브랜드 정체성을 실천해야 한다. 맥도널드의 설립자인 레이 크록은 항상 ‘청결’을 강조했다. 그는 매장을 방문할 때 바로 들어가지 않고 매장 주위를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직원들이 CEO가 와서 몸소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담조직 설립도 검토해볼 수 있다. CEO 직속으로 내부 브랜딩 활동을 총괄하는 조직을 결성하면 체계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은 최고 리더의 지침을 받아 내부 브랜딩 활동의 목표, 전략, 실행 프로그램 및 일정 등을 수립해야 한다. 최고 리더는 각종 이벤트나 사보, 인트라넷 등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모습을 직원들에게 반복해서 전달해야 한다. 또 캠페인을 벌여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고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많은 기업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광고와 판촉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도 정작 내부 직원 설득을 위한 투자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360도 브랜딩’이라는 게 있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 회사에서 사용하는 용어 및 호칭 속에 브랜드 정체성을 침투시키는 것이다. LG전자는 매년 가장 성과가 좋은 사람의 이름을 회의실 이름으로 활용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삼성물산 회의실에는 시드니, 도쿄,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이름이 붙어 있다. 삼성물산은 종합 무역상사인 만큼, 회의는 분당에서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지구 반대편에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회의실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사내에서 쓰는 용어도 중요하다.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을 캐스트(cast)라고 부른다. 캐스트는 영화가 끝난 후 자막으로 보여주는 ‘배역’을 의미한다. 공연하는 직원, 청소하는 직원, 햄버거를 파는 직원 모두 디즈니랜드에서는 캐스트라는 의미다. 이러한 용어는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가 항상 자신을 보고 있음을 상기시켜 책임감을 강화한다.

내부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반드시 ‘제도화’가 필요하다. 직원 채용 기준에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하고, 교육 훈련에서도 브랜드를 강조해야 한다.

정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정지용 인턴연구원(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7호(2009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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