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이폰 개통 2000여명 ‘밤샘행렬’ 생중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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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부터 기다리는 거예요?" "이불은 좀 얇지 않나요?"

27일 밤 10시. 미국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 사이트 '유스트림'의 한 채널에 남녀가 등장했다. 화면에 보이는 장소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앞. 불빛 없는 배경에 등장한 남녀는 밖에서 노숙을 할 작정으로 가져온 손난로와 두꺼운 오리털파카 등을 화면에 들어 보였다. "춥지 않냐" "감기 걸리지 않을까"는 염려에 대해 이들은 "아이폰 파이팅!"을 외쳤다.

이 방송은 '아이폰 개통 현장' 인터넷 생중계. 다음날 열릴 아이폰 개통 공개 행사를 위해 KT는 전날 밤부터 스태프를 투입했다. 노숙하는 아이폰 마니아들을 인터뷰해 유스트림 사이트의 '올레KT' 채널에 실시간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28일 오후2시에 열린 아이폰 개통 행사는 온라인으로 예약한 가입자 중 1000명을 추첨해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아이폰을 개통해 주는 것. '1호 개통 고객'에겐 1년 무료통화권과 20만 원 상당의 아이폰 스피커를 제공했다. KT 관계자는 "아이폰 화제를 '붐 업'시키기 위해 전야제식의 노숙 중계를 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당일 행사에는 2000명 가량이 참석했다. KT로선 상당한 홍보 효과를 본 셈이다.

반면 아이폰의 라이벌로 꼽히는 스마트폰 'T옴니아 2' 제조사 삼성전자는 주말 내내 겉으로는 태연하게 직접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29일 풀터치스크린 휴대전화가 2년 만에 5000만 대를 돌파했다는 발표와 함께 다음 달 북미 시장에도 T옴니아 2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에 맞춰 T옴니아 2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SK텔레콤이 대당 22만8000 원이던 보조금을 40만8000원으로 늘렸고, 삼성전자가 출고가격을 4만4000원 낮췄다.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는 직원들이 값이 내려갔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또 '세티즌닷컴'. '디시인사이드' 등 전자·IT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T옴니아 2와 아이폰을 조목조목 비교한 '옴니아가 아이폰보다 좋은 이유'라는 게시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게시물에 대해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것 같다"며 상세한 설명을 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겉으로는 '쿨'하게 대응했지만 속으로는 아이폰 출시로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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