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담긴 보졸레 누보
美수출이어 日까지 확대
무게 40%이상 줄여 수송
운송비-CO₂배출량 낮춰
와인 병의 무게는 대략 500∼550g이다. 모든 명품 와인이 그렇진 않지만 로마네콩티를 비롯해 최고의 미국 샤르도네가 담긴 키슬러비니어즈 병의 무게는 800g을 넘는다. 일부 중저가 와인은 ‘있어 보이기’ 위해 일부러 몸집을 불리기도 한다. 병의 길이를 쓸데없이 늘려 일반적인 포장 박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주 2009년산 보졸레 누보가 나왔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보졸레 누보 중 거의 절반을 수입하는 일본은 올해 처음으로 페트병에 담은 보졸레 누보를 선보였다. 페트병에 담긴 라부레루아 보졸레 누보는 와인 무게까지 모두 합쳐도 800g을 넘지 않는다. 부샤르페레에피스, 장모로 등을 거느리고 있는 부르고뉴 최대의 와인 회사 부아세는 작년에 대미 수출용 누보 전량을 페트병에 담아 내보내더니, 올해는 일본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이 회사에 따르면 유리병 대신 페트병을 사용할 경우 수송 중량을 40% 이상 줄여 비행기를 비롯한 운송수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운송비용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페트병은 제조 당시부터 유리병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이상 적을 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의 울프블라스사는 올봄부터 자국에서 페트병 와인 판매에 들어갔다. 호주 국민의 92%가 와인을 구입한 지 48시간 이내에 소비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렇게 빨리 마실 와인이라면 굳이 환경에도 좋지 않고, 제조 원가만 높이는 유리병에 담을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페트병 와인은 최근 프랑스에서도 출시될 정도로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중 ‘콜렉시옹 데 샤토(Collection des Ch^ateaux)’는 1989년 마스터 소믈리에의 자리에 오른 제라르 바세와 인터내셔널와인챌린지(IWC)의 설립자인 와인계 거물 로버트 조지프의 합작으로 탄생한 페트병 와인이라 의미가 더욱 깊다.
그런가 하면 일본항공(JAL)은 올여름부터 나리타∼런던 노선에서 페트병에 든 와인을 서비스하고 있다. ‘바론 막심’이란 이름의 레드, 화이트 와인은 화면 속 사진으로만 보면 유리병에 담겼는지, 페트병에 담겼는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외관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페트병에 담긴 와인의 보존력은 아직까지 의문이다. 하지만 오래 두고 마실 필요가 없는 보졸레 누보 같은 와인은 페트병에 담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옳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선함으로 대표되는 보졸레 누보가 최근 이토록 외면받게 된 주된 이유에 높은 운송비용이 불러일으킨 ‘가격 군살’이 있기 때문이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Ο이번 주의 와인 키슬러 소노마 코스트 레 누아제티에
누군가는 이 와인을 두고 ‘포르셰 박스터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람보르기니 이오타’라 했다. 그만큼 코스트 퍼포먼스가 뛰어나다는 말이다. 캘리포니아샤르도네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키슬러의 여러 샤르도네 라인 중 가장 보편적인 와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보이면 주저 없이 집어야 하는 와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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