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와인 애호가 놀이터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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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 르 파비용, 에르미타주

중후한 맛과 향, 끝을 모르는 긴 여운…. 깊어가는 가을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와인이 있을까?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론의 명가 엠 샤푸티에의 야심작으로 시라만을 사용해 만들었다. 2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코르크 마개 제거법 등 기상천외한 내용 넘쳐

프랑스 와이너리들도 동영상으로 적극 홍보


와인을 개봉하려는데 코르크스크루가 없다면 이 당황스러운 순간을 헤쳐 나갈 대처법은? 그럴 땐 그냥 코르크를 병 속으로 밀어 넣어 와인에 빠뜨린 후 그냥 따라 마시면 된다고?

11월 7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웹사이트에는 재미난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십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에서 프랑스 젊은이들이 올린 와인 관련 동영상이 높은 인기를 얻었다는 소식과 함께 해당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구두로 와인의 코르크를 제거하는 방법’이란 영상물은 제목 그대로 구두 한 짝만을 가지고 와인 병의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는 모습을 1분 25초 동안 보여준다. 열흘이 지난 후 다시 들어가 보니 그 사이 ‘운동화로 와인의 코르크를 제거하는 방법’ 등 재미난 아류작이 여럿 올라왔다. 관련 동영상들을 보니 못과 드라이버, 맥가이버 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코르크를 빼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물이 있는가 하면 거리의 나무, 일반 타월 등 특별한 연장 없이도 와인 마개를 빼내는 유쾌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그 어떤 와인 책에서도 이처럼 다양하게 코르크 마개 제거법에 대해 알려준 것을 본 적이 없다.

세계 최대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이처럼 와인과 관련한 유용한 내용도 많다. 전 세계 유저들이 자신의 언어로 제목을 올리기 때문에 사용자 역시 가장 익숙한 외국어의 와인 관련 단어로 검색하면 편하다. 굳이 외국어를 잘 몰라도 동작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많아 와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알차다. 와인을 많이 마셔 보긴 했지만 막상 직접 오픈해 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혼자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면, 이때 유튜브는 좋은 선생이 될 수 있다. 와인 전문가가 출연해 진지하게 설명하는 영상이 있는가 하면, 아마추어들이 실수하는 장면들도 여과 없이 올라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와인 애호가에게 유튜브는 말이 필요 없는 놀이터다. 디캔터, 잰시스 로빈슨, 영국 와인상 베리 브러스 앤드 러드 등의 사이트를 옮겨 다닐 필요도 없다. 이들은 이미 유튜브에 자신들만의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각자 사이트에 올려둔 많은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프랑스 와이너리들은 동영상을 통한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알자스의 위겔사는 동영상을 많이 만들어 소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로, 최근엔 올해 가을의 포도 수확 모습을 생생히 보여줬다.

유튜브에 머물다 보면 원래 찾아들어간 목적과 달리 샛길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와인과 매너’라는 제목의 우리 가곡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유튜브 덕분이었으니까 말이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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