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118>‘愛人敬天’ 도전 40년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41>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여성들 집에 있으면 발전 힘들어
며느리-딸에게도 일 하도록 권유
가정-직장 ‘두 토끼’ 잡을 각오 필요

장영신 회장이 AK플라자를 찾아가 여직원과 대화하는 모습. 여성이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려면 남성과 똑같아지기보다 때론 누나처럼, 때론 어머니처럼 여성성을 활용하라고 장 회장은 조언했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AK플라자를 찾아가 여직원과 대화하는 모습. 여성이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려면 남성과 똑같아지기보다 때론 누나처럼, 때론 어머니처럼 여성성을 활용하라고 장 회장은 조언했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나는 직원 뽑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면접에는 바쁜 일을 제쳐두고 꼭 참석했다. 사람을 들이는 일은 기업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요즘도 가끔 어떤 인재가 애경에 들어오는지 묻곤 한다. 임원들은 우수한 여성 인재가 많다고 입을 모아 전한다. 욕심 같아선 채용인원을 늘리고 싶다고도 한다.

내가 경영에 뛰어들었을 때는 사회에서 남녀차별이 정말 심했다.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미미했다. 결혼을 하는 여자는 직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을 하다가도 결혼하면 회사를 떠났다. 장기근속자는 거의 없었다. 이렇듯 결혼한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아이 넷을 데리고 살림만 하던 주부가 기업의 대표이사로 나선다니 회사 직원의 충격이 오죽했을까.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지 2개월 뒤 애경 사보에는 ‘신임 사장님께 기대하는 바’라는 특집 기사가 실렸다. 한 사원은 “장영신 여사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 취임은 솔직히 말해서 일시는 경이와 함께 일말의 불안감과 여러 가지 억측이 교차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돌발적인 사태 발생에서 온 충격도 있었겠고 신임 사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온, 아직도 봉건적 사고에서 탈피 못한 우리들의 탓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썼다. “새로운 사장님이 여사장님이라는 데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다른 사원의 글도 있었다.

세상은 변했다. 많은 여성이 직장을 가지면서 결혼을 하며, 결혼한 뒤에도 회사에 남아 일을 계속한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8년 말 기준으로 54.7%다. 나는 며느리나 딸에게도 일을 계속하라고 권유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가정과 회사를 양립하기에 적잖이 바쁘고 힘들지만 집에만 있다 보면 현실에 안주해 발전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며느리든 딸이든 일을 계속하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편이다. 손녀 6명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여사장을 많이 배출하고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우리 여성에게는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독신주의를 고집한다면 모르나 결혼을 한다면 자녀를 포함한 가정과 직장에 대한 책임을 다 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어려움은 사회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가지려는 여성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각오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회에 진출하려는 여성은 첫째,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둘째, 집과 직장에서의 두 가지 일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여야 한다. 셋째, 능력과 노력이 탁월해 자기 일에 대한 성과와 결과를 주위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넷째, 여성으로서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추며 집과 직장 양쪽에 만족감을 줄 수 있고 필요한 존재가 돼야만 한다. ‘슈퍼 우먼’이 되라는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남녀평등을 떠나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똑같이 행동하고 사고하기보다는 본인이 처한 환경과 위치를 고려해 가면서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어떤 때는 누나와 같고 어떤 때는 어머니와 같은 여성적 특징을 잘 살려 남성과 차별화한다면 좀 더 유리할 것이다. 엄마가 너무 많이 밖에 나가 있으면 아이가 불행하다고 예단하지 말자. 나는 스스로 선택한 현재의 업무가 때로 벅차고 힘들게 느껴지더라도 무엇인가를 남기도록 보람과 정열을 갖고 일했다. 우리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으나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름이 남을 정도의 유명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나라는 인간이 남겨놓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인생과 직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여성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