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력서’ 취업 필살기로 떴다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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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홍보 수단으로 각광
기업도 인재찾기 채널 활용

대학 졸업 후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던 홍주선 씨(27·여)는 최근 1인 미디어 블로그를 만들었다. 당장 언론사 입사는 힘들지만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글을 알리고 싶었다. 평소 여성,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홍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공공단체 등에서 기고를 의뢰해 오기도 했다. 홍 씨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언제 취업할지 모를 기약 없는 구직자 신세였지만 블로그를 통해 경력을 쌓을 뿐 아니라 나를 홍보하는 채널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사(私)적인 경험이나 일상을 적는 ‘온라인 일기장’ 블로그가 최근 웹 2.0세대인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신을 홍보하는 ‘이력서’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이력서가 한정된 공간에 정해진 양식에 따라 기술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보니 양식과 분량에 제한이 없는 블로그가 전문성을 홍보하는 온라인 이력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기업들도 인재상에 부합하는 숨은 인재를 찾는 채널로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관련 업체인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사장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재야 고수(高手)로 통하던 웹디자이너 1명을 채용했다. 한 블로거가 제작해 온라인에 배포한 블로그 배경화면이 마음에 들었던 정 사장은 블로그에 직접 댓글을 달며 구직 의사를 확인했다. 정 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블로거의 디자인 능력을 이미 확인했으므로 실력은 검증된 셈”이라며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블로그에서 느낀 바대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어서 바로 채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에게 블로그는 구직자의 전문성뿐 아니라 조직생활에 필요한 성실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평가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용관 인력양성본부장은 “블로그는 자신의 숨겨진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온라인 도구”라고 말했다.

반면 자기계발 분야의 파워블로거 출신으로 디지털콘텐츠업체 게리슨의 마케팅 팀장인 권경득 씨는 최근 직원 채용을 위해 수십 장의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지원자들의 학력이나 학점, 어학 성적 등 ‘스펙’은 뛰어났지만 눈에 띄는 인재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권 팀장은 “블로그로 자신을 적극 홍보하는 등 톡톡 튀는 인재가 없어 아쉬웠다”면서도 “‘블로그 이력서’가 취업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고 가산점이 주어지는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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