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화살, 이제 금융주에 정조준?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코멘트
지난주만 3279억 원어치 매집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에 추락하는 美금융주서 갈아타기

9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가 다시 강해졌다. 14일 한국거래소와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주(7∼11일)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1조2392억 원을 순매수했다. 그 전주에 총 4020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주 외국인들의 매수 규모는 최근 4주간 주간 단위로는 가장 큰 금액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상승을 이끈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전과는 다른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금융업종 사냥 나선 외국인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특별히 매수하지 않던 금융업종을 지난주에 집중적으로 샀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들은 총 3279억 원어치의 금융업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그동안 선호해온 전기전자업종에선 1435억 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2주 전에도 외국인들은 금융업에서 1304억 원을 매수한 반면 전기전자업종에선 4034억 원을 매도했다.

개별 종목 기준 외국인들의 매수 상위 종목에서도 금융종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7∼11일 외국인들이 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2, 5위에 올랐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경기가 회복된다는 관점으로 은행주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호재 많은 금융주

외국인들의 ‘금융주 재발견’ 이유는 우선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의 업종이 고가를 계속 경신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 금융주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것도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펀드 자금이 사들였던 금융주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미 금융주가 추락하면서 다른 나라의 금융주까지 관심 대상이 됐다는 것. 조 연구원은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 은행주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지만 한국 역시 외국인들이 외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IBCA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금융주들에 호재로 작용했다. 당시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9개월 만에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올렸다. 피치의 이러한 조치는 금융회사들의 대외 차입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외국인들에게 주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김재우 수석연구원은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발표와 경기회복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기대 등이 최근 은행주들의 상승세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주 외에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기계, 건설, 철강 등의 업종도 앞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기존 주도주인 IT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 백화점, 음식료 같은 내수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기계와 건설 등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