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의 공격적 원가절감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삼성토탈 관계자들이 26일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탱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토탈
삼성토탈 관계자들이 26일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탱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토탈
세계 최대 LPG 저장탱크 건설나서

“값비싼 나프타원료 대체하라” 특명

26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업단지 내 삼성토탈 대산공장. 화학제품 운송용 파이프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석유화학공장의 외곽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탱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농구장 4개 크기만 한 공간에선 공사 근로자들이 탱크 재료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삼성토탈이 올해 초부터 만들고 있는 이 LPG 탱크(약 8만 m³)는 한 번에 최대 4만 t까지 저장할 수 있다. 삼성토탈은 최대 지름 58m, 높이 42m의 이 원형 탱크를 내년 7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토탈이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석유화학업계의 경쟁을 넘기 위해 초대형 LPG 탱크를 ‘히든카드’로 내놨다.

○ 원가 압박에 절감 자구책 ‘홍수’

일반적으로 석유화학공장은 원유(原油)에서 정제되는 품목 중 하나인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해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손석원 삼성토탈 대산공장장(부사장)은 “이 LPG 원료 탱크 하나로 삼성토탈이 만들어내는 에틸렌 제조 원가를 지금보다 크게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그동안 LPG로도 주요 제품인 에틸렌을 생산해 낼 수 있었지만 가격대가 높아 사용하지 않았다. LPG는 겨울철 난방 수요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도 불투명했다. 삼성토탈은 “그러면 여름철 비수기에는 LPG를 싸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착안해 LPG의 원료화를 추진했다.

실제로 여름철 LPG 가격은 나프타에 비해 t당 10%가량 싸다. 정유사가 아닌 삼성토탈이 6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LPG 탱크를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이 탱크 하나로 공장을 일주일 동안 돌릴 수 있다”며 “매년 4∼9월에는 나프타가 아닌 LPG가 삼성토탈의 주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토탈은 나프타 외 원료 비율을 현재 17%에서 내년엔 38%까지 늘릴 계획이다.

‘원가 낮추기’를 위해 경쟁사와 손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토탈이 완공한 20만 t 규모의 프로필렌 전용공장은 현재 같은 대산공업단지 안의 롯데대산유화 및 LG화학과 함께 쓰고 있다. 고영수 삼성토탈 상무는 “석유화학업종은 이제 국내 경쟁이 아니라 세계 경쟁시대”라며 “원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내 업체끼리 손잡는 일도 이젠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 가시화되는 ‘중동발 폭풍’

석유화학업계가 원가 절감 경쟁에 돌입한 것은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서다. 올해 하반기부터 출시될 중동산 석유화학 제품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현재의 구조로는 국내 업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중동의 석유화학 제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싼값에 원료를 사용하는 중동 업체들을 이길 방법은 결국 원가 절감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 사장은 “비교적 시황이 좋았던 올해 상반기(1∼6월)보다 하반기(7∼12월)와 내년 상반기에 업계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효율화와 최적화, 원가 절감을 삼성토탈의 최대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토탈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초대형 LPG 저장탱크’와 같은 획기적인 원가 차별화 방안을 찾는 것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산=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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