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경방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한국 제조업의 효시… 90년간 사회공헌 실천

‘우리옷 우리 손으로’ 출발
유통 패션 방송부문 진출
복합쇼핑몰 사업 공들여

‘존재 자체가 애국이었던 민족기업.’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경방을 말할 때 ‘애국’과 ‘민족’이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립이념 아래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기업이기 때문이다. 면방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효시인 경방의 90년 역사는 한국 경제 90년사와 그 맥을 함께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경방은 신구 사업의 조화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한국 역사 굴곡과 함께한 발전사

1919년 설립된 경성방직주식회사는 당시 일제 자본으로 세워진 기업이나 영세한 기업들과는 달랐다. 3·1운동을 계기로 국산품을 이용하자는 물산장려운동이 확산되던 시기에 경성방직은 ‘1인 1주 운동’이라는 주식공모를 통해 모은 민족자본으로 출범했다. 회사의 설립 자체가 경제독립 운동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경성방직은 국내 최초로 광목을 생산한 데 이어 면사를 대량생산해 ‘불로초’라는 상표로 만주까지 수출했다. 또 일제 말기인 1941년에는 만주에 공장을 세워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경성방직은 전국 각지에 조면공장, 고무공장, 봉제공장, 염색가공공장 등을 거느린 종합면방직회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45년 광복 이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38선 이북의 공장을 잃었고 1950년 6·25전쟁으로 남아 있던 공장마저 모두 불에 타 폐허가 됐다. 이후 10여 년에 걸친 복구작업과 제품 고급화를 통해 재건에 성공한 경성방직은 ‘경성방직 제품 사용은 곧 나라사랑’이라는 애국 마케팅 전략으로 민족기업으로 성장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1970년 경성방직은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경성방직주식회사라는 상호를 시대적 변화에 걸맞게 ‘주식회사 경방’으로 바꿔 1970년부터 사용했다. 이후 사세를 확장하며 서울 영등포공장에 이어 경기 용인공장, 반월공장, 광주공장을 추가로 준공해 1987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방직업이 하향세를 보이자 경방은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영등포공장 용지에 경방프라자를 신축하고 경방어패럴을 설립하는 등 유통업과 패션업에 진출했다. 이어 경방은 1994년 한강케이블 TV를 개국하고 경방필백화점을 개업했다. 2001년에는 우리홈쇼핑을 개국해 유통산업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 복합쇼핑몰 사업으로 제2의 창업 나서

창립 90주년을 맞은 경방은 이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창립 이래 지금까지 방직기업 분야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경방은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해 국내 방직산업의 맏형 노릇을 한다는 계획이다. 또 유통노하우를 발전시켜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몰(mall) 사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의 개발사업이다.

경방은 공사비만 6000억 원을 들여 영등포에 신개념 복합유통단지 타임스퀘어를 세우고 있다. 올 8월 문을 열 타임스퀘어는 연면적 34만 m² 규모로 15층짜리 호텔, 사무동 2개,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할인점, 서점, 공원 등이 들어선다. 경방은 이 공간을 상업지구와 문화, 레저가 어우러진 도시형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교보문고, 메리어트호텔, CGV, 아모리스 웨딩홀 등의 입점이 확정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임스퀘어는 경방필백화점과 우리홈쇼핑 등에서 쌓은 유통산업 노하우로 경방이 10년간 준비한 사업으로 제2의 창업이라 할 정도로 사운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경방은 또 그동안의 전통을 고수해 노사화합과 사회공헌도 지속할 계획이다. 회사에는 창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이 교육에 관심이 높아 초창기부터 사원 교육에 큰 비중을 두었던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공장 직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1973년 설립된 경방고등공민학교가 10여 년간 운영됐고 1974년 경방육영회가 세워져 현재까지 장학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경방은 “가족 같은 기업 분위기가 실질적인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전통과 신규 사업의 조화로 앞으로도 계속 건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방 약사:

―1919년 경성방직 창립총회 개최

―1941년 국내 기업 사상 처음 해외 진출, 만주 공장 설립

―1970년 ㈜경방으로 사명 변경

―1974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1994년 경방필백화점 개점

―2000년 영등포 용지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2006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착공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픈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