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삼성과 현대차가 만나면

  • 입력 2009년 5월 14일 17시 24분


◆동아논평 : 삼성과 현대차가 만나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가 의미 있는 협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차량용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재계서열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간판 계열사들이 손을 잡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전략적 제휴는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전자제품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급차일수록 더 그렇다고 합니다. 자동차 한 대 가격에서 전자·IT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9%에서 2015년 32%로 높아지고 하이브리드차 등이 상용화되면 60%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으로의 자동차는 껍질만 자동차일 뿐,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전자제품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미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는 주요 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의 제휴가 활발한 실정이죠.

공동개발이 성사되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전자·IT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삼성전자와 손을 잡음으로써 현대차 브랜드에 들어가는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에 비해 국제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이지요.

차량용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전자가 만나는 중간영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장가능성도 매우 높은 분야입니다. 산업간 융합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꽤 생길 수 있고, 우리 경제의 전후방 연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두 회사가 공동개발에 최종합의하면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산업간 융합, 즉 컨버전스(Convergence)는 최근 세계 산업계의 중요한 트렌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기업간 견제심리로 대기업간의 본격적인 협력은 그리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이번 논의가 성공적인 결실을 거둬 우리 산업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간판기업들이 손을 잡고 제품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면 우리 국민과 나라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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