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금융대란 시기에도 돈 몰린 ‘이곳’…‘선수’는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금융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위기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돈이 몰린 금융상품이 있었다. 복잡한 파생상품과 관련된 금융상품들이 줄줄이 원금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형 상품이나 손실을 가능한 한 줄일 수 있는 안정적인 상품을 찾고 있다.

○ 투자자들 “안정적 상품이 최고”


삼성증권의 최고 히트 상품은 기존 주가연계증권(ELS) 구조에 안정성을 강화한 ‘슈퍼스텝다운형 ELS’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슈퍼스텝다운형 ELS는 2월 9일 설정된 이후 한 달여 만에 9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증시가 급등락한 지난 한 해는 ELS 투자자들에게 악몽과 같은 해였다. 그동안 출시된 ELS 대부분은 지수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만기일에 주가가 올라도 손실이 회복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 슈퍼스텝다운형 ELS는 중간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만기에 회복하면 수익을 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를 기다리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자도 많았다. 우리투자증권 지점 창구에서 지난해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옥토 CMA’였다. 옥토 CMA는 종합담보대출, 체크카드, 은행식 입출금, 주식거래 등 은행과 증권거래의 핵심 기능 8가지를 한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게 설계한 종합자산관리 상품이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대금 결제가 빈번하고 은행의 저축성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해 자영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는 보유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변동성이 큰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국내 주식형으로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목표 수익률 도달 시 자동으로 환매되는 상품이나, 저평가된 기업에 가치투자를 하는 가치형 펀드도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서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펀드’다. 이 펀드는 국내 업종대표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가 목표로 정한 수익률에서 자동 환매되는 목표 달성식 펀드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 환매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적절한 환매 기회를 놓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인기 상품은 ‘신한BNP파리바탑스밸류주식형펀드’다. 이 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에 주로 투자해 장기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 기준 상위 1%에 드는 등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냈다.

파생 금융상품 줄줄이 손실 나자

투자자 “시장 안정될 때까지 숨고르기”

수익률 낮더라도 원금 보장형 관심

세제혜택 주는 채권형펀드도 인기

○ 채권형 펀드 인기몰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회사채 투자 바람을 타고 세제 혜택과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형 펀드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동양종금증권의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 시리즈는 2007년 처음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1000억 원 이상 판매돼 투자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펀드는 BB+ 이하 등급의 채권과 기업어음(CP)에 자산의 10%, 국공채와 회사채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한다. 동양투신운용 채권운용팀에서 BB+ 등급 이하의 저평가 채권 가운데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특히 1년 이상 가입 시 펀드당 최대 1억 원까지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 측은 “만기 자금을 재투자하려는 투자자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 자금을 가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에서도 회사채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한국투자장기회사채형펀드’는 지난해 11월 설정 이후 현재 설정액 650억 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투자자산의 60% 이상을 A- 등급 이상인 우량회사채와 AA- 이상의 CP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설정 이후 19%가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5대 대기업 계열사나 업종별 자산 규모 5위 내 그룹의 회사채, CP에 투자하는 대우증권의 ‘산은장기회사채펀드’도 투자자들에게서 관심을 받았다. 대우증권 WM상품전략부 박상훈 부장은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면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효과와 함께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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