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날개없는 추락…“투자 요주의”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작년 상반기까지는 원자재 가격따라 고공비행

1년 수익률 ―80% 선… 고점 회복 시간걸릴듯

지난해 상반기까지 유망 펀드로 손꼽히다가 현재 1년 수익률이 ―80% 선으로 떨어진 러시아펀드는 신흥국 경제의 변동성과 신흥국 투자가 지니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러시아펀드의 1년 수익률은 6일 기준으로 ―79.28%, 6개월 수익률은 ―77.21%로 전체 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나쁘다. 코스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일부 지수가 연초 이후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달리 러시아 RTS지수는 1월 초 629.49에서 6일 520.91로 떨어졌다. 삼성증권 채수호 연구원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가져다준 러시아 증시의 추락은 신흥시장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극명하게 나타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펀드는 지난해 초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대표적인 수혜 펀드로 각광받았다. RTS지수도 지난해 5월 19일 2,487.92로 고점을 찍었다. 2007년 말 3500억 원 수준이던 러시아펀드 설정액도 지난해 6월 8200억 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신용위기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그루지야와의 전쟁 등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지면서 러시아펀드의 수익률도 떨어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7% 수준이던 러시아의 1년 예금금리도 현재 28%로 높아지는 등 시중 유동성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러시아펀드 신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이미 투자를 했다면 비중을 점점 줄여나갈 것을 권유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러시아는 경제성장의 70∼80%를 원자재에 의존하고 기타 제조업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다”며 “러시아 증시가 과거 고점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중국, 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채 연구원은 “러시아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펀드 비중을 줄여 다른 지역으로의 투자를 권한다”며 “신흥시장 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중국펀드 및 브라질펀드로 바꿔 투자하거나 올해 말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는 것을 고려해 국내 펀드로 전환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또 채 연구원은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브릭스(BRICs)펀드, 동유럽펀드의 성과도 러시아 증시 하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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