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뒤덮던 새車 번호판 올핸 어디 갔나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 연초 북새통 이루던 車등록소 불황탓 한산

예년엔 “12월 출고차 연식 늦추자” 1월 집중

車판매 줄어 등록 급감… 대행업체들도 울상

2일 서울 동작구청 1층 교통행정과.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면 차량 등록 수요가 많을 것을 고려해 동작구는 정상 업무시간보다 1시간 이른 오전 8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예년의 경우 등록 건수가 많다 보니 업무처리가 오래 걸려 오전 7시부터 구청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다음 날에야 번호판을 찾아가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 연식을 1년이라도 늦추기 위해 전년도 12월에 출고된 차량을 1월 초에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데서 비롯된다. 출고 뒤 10일 내에 새 차를 등록해야 하지만 연식이 오래되지 않을수록 중고시장에 비싸게 내놓을 수 있어 차 주인들은 5만 원의 과태료를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첫 업무 일에도 동작구청은 북새통을 이뤘고 수백 개의 새 번호판을 바닥에 촘촘히 깔아놨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2일 오전 교통행정과를 찾았을 때 고객들의 차량 등록을 대신 하러 나온 자동차 영업사원과 대행업체 직원 등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새 번호판은 창구 옆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20여 개가 전부였다.

구청 관계자는 “업무를 시작한 지 한두 시간 만에 일이 끝나 오후에 번호판을 모두 수령해갔다”고 말했다.

청사 주차장에서 새 번호판으로 갈아주는 일을 하는 김모(41) 씨는 “평소보다는 북적거리는 것 같아도 새 차는 별로 없고 중고차 등록이 태반이었다”며 “오늘 큰 마음 먹고 나왔는데 오후 4시까지 7건밖에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판매 감소로 자동차등록소가 한산해지면서 등록 대행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만난 대행사 직원 강모(43) 씨는 “차량 등록을 해주는 영업소를 두 배로 늘렸는데 일하는 양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10년째 대행업을 해온 서모(49) 사장도 “등록일이 늦어질수록 과태료가 올라 몇 만 원이라도 덜 내려고 퇴근 후 급하게 등록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지난해 초에는 오후 8시까지 구청직원들이 퇴근을 못했는데 올해는 오후 4시만 돼도 일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차량 등록이 아주 많은 지자체 중 하나인 강남구의 경우 1월 첫 5일 동안 등록대수가 2007년 1160대, 2008년 1133대였으나 올해는 590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외제차 등록은 202대로 평소의 90% 수준을 유지했지만 국산차는 388대가 등록돼 평년보다 60%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대부분의 구청에서도 등록 차량이 20∼70% 줄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등록 차량 대수는 11월보다 4329대 감소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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