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이웃들 “집안에만 틀어박혀 얼굴 거의 못봤다”

  • 입력 2009년 1월 9일 10시 53분


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 박모(31) 씨는 최근까지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빌라(46.3㎡)에서 여동생과 함께 지내왔다. 이 빌라의 소유주는 박 씨로 돼있다.

서울 한양공고를 나와 2002년 두원공대를 졸업한 박 씨는 곧바로 한 이동통신중계기 설치 업체와 건설업체에서 근무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조용한 성격의 박 씨가 미네르바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 "말수 적지만 가끔 박식한 모습도"

두원공대에 따르면 정보통신을 전공한 박 씨는 대학 재학 중에 경제학 강의를 수강한 적이 없었다.

두원공대에 따르면 1997년에 대학에 입학한 박 씨는 전산개론, 데이터통신 등 전공 관련 과목을 주로 수강했으며 그가 경제 관련 과목을 수강한 것은 '지구촌 경제와 직업세계'라는 교양과목이 유일했다.

이에 대해 박 씨의 대학 동기인 정모(31) 씨는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고,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어쩌다 말문이 터지면 전공에 대해서는 박식한 것 같았다"며 "그렇지만 박 씨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동안 박 씨와 같은 반이었던 강모(31) 씨는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만큼 정말 평범한 친구였다"며 "가끔 동기들끼리 모이는데 박 씨가 참석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동기들 중에 박 씨와 연락하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신모 교사는 "성격, 가정형편, 성적 등 모두 평범한 아이였고 졸업한 다음해에 인사차 전화가 온 뒤로는 연락이 끊어졌다"며 "미네르바가 내가 가르쳤던 그 제자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지도교수였던 방효상 교수 역시 "실습 한번 빠지지 않을 만큼 성실했기 때문에 공학 전공자라고 해도 공부하기에 따라 경제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금 심정은 제자가 다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웃들 "바깥활동 거의 없어"

박 씨의 가족은 창천동의 빌라에서 살다가 1990년대 중반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이주했으며 2001년 말부터 박 씨는 여동생과 함께 다시 창천동의 빌라에서 지내왔다.

박 씨의 옆집에 사는 김모(86) 씨는 "착실하고 말이 없던 친구였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며 "박 씨가 3개월 전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뒀다고 말을 했으며, 6일에는 회사 월급이 안나왔다며 10만 원을 빌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빌라에 사는 장모(80) 씨 역시 "박 씨의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오랫동안 그 집에서 지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남매만 거주했다"며 "여동생은 유치원에서 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박 씨는 워낙 말수가 없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세탁소 주인은 "여동생은 가끔 옷 세탁을 맡기러 들리기도 했지만 박 씨는 한번도 세탁소를 찾은 적이 없다"며 "박 씨가 외출하는 모습은 정말 간혹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에 따르면 박 씨 남매는 음식 재료 등 생필품 등을 택배로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두 사람 모두 택배를 자주 시켜 집 앞에 택배 상자가 가득할 정도였는데 책 종류는 아니었고 주로 음식 재료를 주문한 것 같았다"며 "몇 달에 한 번씩 어머니가 집에 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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