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상상력으로 불황 터널 뚫었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6분


대덕특구 첫 연매출 1000억 돌파 ‘실리콘웍스’ ‘골프존’

《경기 불황의 여파가 세찬 연말 대전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에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 원대의 벤처기업들이 탄생했다. 대덕특구의 ‘실리콘웍스’와 ‘골프존’ 등 두 벤처기업이 동시에 특구 벤처기업 가운데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 원의 고지를 넘었다. ‘기술’과 ‘상상력’이 불황의 터널을 돌파한 원동력이었다. 국내 벤처업계에서는 2006년을 기준으로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넘는 기업이 100개를 넘어섰지만 정작 과학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덕특구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콘웍스 - 전력 소모량 크게 줄인 신제품 시장서 큰 호응

골프존 - 정확도 높인 시뮬레이터… 6년새 매출 100배

반도체 전문 기업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지난달까지 연간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1200억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가 설립된 1999년의 연간 매출은 1억 원도 채 안됐다.

성공 요인은 신기술 개발과 첨단제품 출시였다. 실리콘웍스는 올해 시스템 반도체칩 분야에서 신제품 10여 종을 시장에 선보였다.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반도체칩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가볍고 작은 신제품들이었다.

에너지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들을 선보인 게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력 상품을 정해 전 연구진을 투입한 뒤 새로운 제품 개발과 생산에 매진하게 했다. 빠른 기술의 변화 속에서 머무른다는 것은 퇴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신기술을 계속 확보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은 약 600억 원이었는데 올해에는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며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평판디스플레이(FPD)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해 20∼30%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대표 김영찬)은 22일 2002년 설립 이후 6년 만에 연간 매출 1004억 원을 달성했다. 설립 당시 10억 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을 기념해 회사는 올해를 ‘천사(매출 1004억 원)의 해’로 부르기로 했다.

정밀도 높은 제품과 신제품을 개발해 전문가들까지 매료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2년간의 연구를 통해 올해 초 어프로치와 비거리 정확도를 높여 시장에 선보인 최신형 시뮬레이터(골프존-N)로 전문 골퍼들을 감탄시켰다. 퍼팅 시뮬레이터(G-Faro)도 동종 업계 처음으로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이 회사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스크린골프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국내 판매망을 구축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해외시장 진출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특히 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덕특구의 보안시스템용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전문기업인 아이디스(대표 김영달)도 올해 800억 원의 매출에 이어 내년에는 1000억 원 매출 클럽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강계두 이사장은 “대덕특구에서 매출 1000억 원대의 벤처기업이 나온 것은 아주 기념할 만한 일”이라며 “이런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면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와 벤처업계의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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