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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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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두 회사 내년 중 현금 고갈될 가능성”
獨 포르셰는 매출 14배 폴크스바겐 삼킬듯
소형비중 큰 국내업체 위상강화 기회될수도
미국 정부가 최근 합병을 추진 중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유명 스포츠카 제작사인 독일 포르셰가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함에 따라 최근 판매 급감 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은 미 자동차 업계 3위인 크라이슬러의 지분 80.1%를 보유한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크라이슬러 인수 협상을 벌여 왔다.
뉴욕타임스는 28일 GM이 미 재무부에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범위를 자동차 산업에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크라이슬러 인수협상 지원금으로 50억∼100억 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는 그동안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할부 대출 등 금융 분야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면서 구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 자동차 산업은 금융계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재무부의 부실자산 구제계획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말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합병 회사에 50억 달러 이상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빅3’가 무너지면 20만 명이 실직하는 등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가 결국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 등 생존의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내년 중 현금 고갈 상황에 직면해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 보도했다.
○포르셰, 폴크스바겐 인수 임박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포르셰가 폴크스바겐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폴크스바겐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74.1% 보유하고 있는 포르셰는 조만간 폴크스바겐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75% 선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르셰의 연 매출이 70억 유로 수준인 데 비해 폴크스바겐의 연 매출은 1000억 유로에 이른다는 점, 포르셰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의 ‘비틀’ 디자이너였다는 점 등 때문에 이번 인수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포르셰는 유럽연합(EU)에서 규정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폴크스바겐의 관련 기술을 탐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도
세계 자동차 업계 재편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되면 생산시설과 판매망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북미 시장 등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도 금융위기 여파로 해외 판매가 줄고 있지만 경기를 덜 타는 소형차 생산 비중이 미국 유럽 업체보다 높아 판매 감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따라서 소형차 생산과 신흥시장에 강점이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번 기회를 활용하면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