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week]29일 버냉키의 입 “주목”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졌다. 2005년 1,000포인트에 안착한 이후 3년 3개월여 만의 일이다. 가격을 묻지 않는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역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BR)은 0.89배까지 떨어졌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당시 일시적으로 1배를 밑돌았던 것을 제외하고 PBR가 1배 이하로 떨어진 것은 0.6∼0.7배 수준이던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 美 주택경기지표 등 굵직한 발표 잇따라

PBR는 현재 주식이 가지고 있는 주주가치(자기자본) 대비 주가수준을 말한다. 자기자본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청산하고 남는 자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청산가치’와 비슷한 의미다. 따라서 일부 비정상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청산가치는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개념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PBR가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이 자기자본을 굴려 벌어들이는 이익, 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향후 수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적자로 인해 자기자본이 계속 줄어 PBR가 다시 1배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전체의 손익이 적자를 기록했던 때는 1997, 98년을 제외하면 1990년 이래로 없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고, 199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까지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년 GDP 전망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3%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부채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들 수는 있어도 전체 기업의 실적이 적자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주는 월말인 만큼 굵직한 국내외 경제지표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기와 실적에 쏠려 있는 만큼 이번 주 발표되는 지표는 그만큼 중요하다.

우선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의 주택경기지표가 발표된다. 지난 주말에 발표된 기존주택 매매건수는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신규주택 매매건수도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주택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 美 FRB 금리인하 폭-처방 내용 관심

그리고 유럽의 산업경기를 가늠하는 독일의 IFO지수, 미국의 소비자기대지수와 3분기(7∼9월) GDP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기둔화의 정도를 알 수 있는 9월 산업생산 발표가 예정돼 있다. 모두 유럽과 미국, 그리고 국내 경기 악화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만약 예상보다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글로벌 증시는 또 한 차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29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금융혼란이 지속되고 있고,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큰 폭의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증시가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단기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향후 경기진작을 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적 선택과 의지이다. 따라서 금리인하 발표와 함께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코멘트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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