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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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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대책- 손실 3∼5년 분할 상환을
정부정책- 공정경쟁 환경 만들어야
경영혁신-기술개발 노력해야 위기 극복
공공구매에 중소기업 참여 길 열어주길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중소기업 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앞이 캄캄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가 외부 변수로 발생했고 우리 경제의 내부 체력은 괜찮은 만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일수록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경제 회복에 중소기업도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 경제인들이 한국 중소기업에 대해 ‘과거 20, 30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착실히 다져졌다’고 인식할 정도로 중소기업은 많이 탄탄해졌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의 성장에 비해 중소기업이 그만큼 성장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가는 양상입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것 같은데요.
“최근 유가(油價)가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재의 위기를 보면 중소기업 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앞이 캄캄합니다. 특히 이번 소용돌이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는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문제이지만 지금은 범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중소기업은 힘들다고 도움만 기다리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경영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낭비 요소를 살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술개발도 지속해야 호경기가 왔을 때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올해 청년실업이 심각할 때 중소기업이 ‘1사 1인 고용 운동’을 벌인 것처럼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경기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위기는 외부 요인 때문에 문제가 됐고 내부 기초체력은 튼튼한 만큼 국민적 지혜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우왕좌왕하고 겁을 먹기 마련이고, 기업인들이 움츠러들거나 내핍(耐乏)하면 경제가 더 위축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냉정을 되찾고 기업 본연의 일을 열심히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국민도 평상시처럼 소비를 해야 선순환 구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키코(KIKO)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키코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데 찬반양론이 있는데요.
“키코 문제는 많이 밝혀져 다행이지만 아직 잘못된 시각도 있습니다. 키코를 계약한 대부분의 기업은 한국의 우량 수출기업입니다. 이 계약은 B등급 이하는 체결할 수 없습니다. 또 키코에 든 기업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년에도 이익을 낼 예정이지만 키코 손실 때문에 재무제표에 적자로 돼 있습니다.”
김 회장은 “키코 피해 기업들은 공적자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대손상각처리’해 3∼5년에 걸쳐 손실을 갚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은행도 잘못한 점은 시인하고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평가하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과 친(親)기업 정책은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전 6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는데 중소기업도 그만큼 성장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좀 더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김 회장은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공공 구매에 다수의 영세 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촉구했다.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현실화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선언식’을 했습니다. 전경련 회장이 중기중앙회를 방문해 상생협력을 선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발전적 미래를 향해 협력하겠다는 큰 의미가 있는 선언입니다. 이제 서로 후속 조치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중소기업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주도할 신(新)성장동력 22개 사업을 선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한 중소기업의 준비는 어떻습니까.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사실 녹색성장 소재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만듭니다. 그린에너지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축적한 중소기업도 많습니다. 아직 중소기업들의 인식이 낮은 편이지만 향후 녹색성장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955년 충북 괴산 출생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로만손 대표이사(현)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성실납세 표창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부회장(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벤처기업특별위원회 위원(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현)
인터뷰=석동빈 산업부 차장
정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