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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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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티 벗자” 케레스타는 유럽 명품 판매도
디자이너 백지민(30) 씨는 내년 3월 서울 동대문운동장 주변 ‘두타’에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매장을 낼 예정이다. 백 씨는 “지난달 열린 ‘두타 벤처 디자이너 콘퍼런스’에서 동상을 받아 입점 보증금을 1년간 면제받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며 “신인 디자이너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두타는 매년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이 행사를 열고 수상자들에게 보증금, 임차료 등의 면제혜택을 주며 적극적으로 디자이너 숍을 유치하고 있다. 두타는 지하 1층에 디자이너 콘퍼런스 입상자들의 매장인 ‘두체존’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감각에 맞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두타 측의 분석이다.
○ “싸구려 이미지 벗어라” 동대문 상가의 변화
동대문 상권이 변하고 있다. 옛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평화시장 등 기존 동대문시장 주변 상권에 1990년대 후반 이후 두타 등 패션상가가 가세하며 소매상과 도매상이 어우러진 대형 패션 쇼핑타운으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부터 온라인쇼핑몰의 약진, 대기업 브랜드의 저가(低價) 마케팅, 중국산 저가 의류의 범람 등에 휘둘리며 침체기를 겪었다.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 횡령사건 등 ‘악재’도 지역상권 침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들이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도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디자이너 숍이라는 차별화된 테마를 발굴한 두타는 지하 1층 두체존과 함께 1층 매장 일부를 ‘퍼스트 애비뉴’라는 디자이너 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위주인 지하 1층과 달리 1층은 중견 디자이너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두타는 내년 3월 디자이너 숍을 크게 늘리기로 하고 현재 30여 명의 디자이너와 접촉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매장을 재정돈한다는 계획도 있다.
○ 새 상가도 개장 준비 중
옛 거평프레야는 올해 5월 ‘케레스타’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케레스타는 ‘동대문 최초의 백화점’을 지향하며 개별 매장의 규모를 백화점 수준으로 넓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는 백화점, 6∼7층은 기존 상가로 꾸몄다.
채현주 케레스타 홍보실장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 숍은 물론 유럽 명품 브랜드를 할인 판매하는 편집매장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찜질방까지 갖춘 복합 쇼핑, 휴게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헬로에이피엠은 올해 2월 8층을 리뉴얼해 ‘스토리지’라는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이 여유 있는 쇼핑 공간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호응을 얻은 것을 바탕으로 헬로에이피엠은 내년 초 온라인쇼핑몰의 유명 패션 브랜드를 모은 ‘이스토리지(e-Storage)’를 7층에 열기로 했다. 온라인쇼핑몰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굿모닝시티는 ‘산고(産苦)’ 끝에 다음 달 문을 열고, 패션TV도 내년 초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밀리오레 등 입지가 좋은 기존 상가도 여전히 흡인력이 있다는 평가여서 콘텐츠가 아닌 규모 측면에서도 동대문 상권의 부흥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동대문 상가들의 변화에 대해 정창수 두타 마케팅팀 차장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며 “독특한 디자인과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동대문이 쇼핑특구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