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삼성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日소니 따라잡은건 리더결단력

독립경영체제 정착안돼 과도기”

“요즘 삼성은 어떻습니까?”(기자)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습니다.”

“….”(기자)

“시도하는 게 없으니까요.”

최근 삼성그룹의 한 임원과 나눈 대화입니다. 그의 말에는 최근 삼성 분위기와 관련해 전체는 아니라도, 핵심적인 한 단면을 보여 주는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다음 달 1일이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공식 퇴진하고, 그룹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이른바 ‘독립경영체제’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됩니다. 삼성 특검 수사와 재판은 ‘이건희 전 회장-그룹 전략기획실-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삼성 특유의 ‘톱-다운’ 경영체제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지요.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독립경영체제가 자리 잡히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어떤 임원은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추월한 핵심 요소가 큰 리스크도 불사하는 과감한 결단의 리더십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걱정하더군요.

실제로 7월 1일 출범한 사장단협의회는 세계적 경기 침체와 미국발(發) 금융위기 등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헤쳐 나갈 청사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신설된 투자조정위원회는 3개월간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지요. 브랜드관리위원회도 이달 24일 첫 회의에서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을 잘해 왔는데, 앞으로도 잘하자”는 원론적 논의만 했다고 하네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오래 지낸 윤종용 상임고문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삼성의 전문경영인들이 과거 일본 기업 CEO들처럼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하지 않는다면 (삼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룹 차원의 큰 결단이나 시도는 없지만 주요 계열사별로 신선한 변화들도 진행되고 있긴 합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직원들에게 ‘넥타이’를 풀고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하도록 했습니다. 보수적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지요.

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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