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서류전형 고득점 비결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지원회사 인재상 미리 파악

자기소개서엔 열정 담아라”

《신입사원 채용 때 회사의 인재상이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추상적이지 않으면서 간결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최근 한화건설, 효성그룹, 한미약품 등 3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나 서류전형 방법과 고득점 기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효성과 한화건설로부터는 지난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기소개서를 1부씩 추천받았다.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하반기(7∼12월)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어 취업 준비생들은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바늘구멍’ 같은 취업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업 관련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9월 들어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하반기 공채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기아자동차, 한화그룹, 효성그룹, 동부그룹, LG화학, 외환은행, 한미약품 등이 서류 접수를 하고 있다.

○ 회사 인재상과 부합해야

한화건설은 채용 시즌이 되면 인사담당자 10여 명이 투입돼 모든 지원자의 입사지원서를 빠뜨리지 않고 읽어본다. 평가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유무 등 정량(定量)평가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 인재상과의 적합성, 회사와 지원자의 비전 부합성 등 정성(定性)평가다. 최종적으로 두 평가 점수를 합산한다.

김승룡 한화건설 인사담당 과장은 “서류전형에서 최종 합격 예정자 수의 9∼11배를 뽑는데 요즘은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 비중을 더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서류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는 대체로 나머지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아 최종 합격한다고 한다.

효성그룹은 서류심사에서는 지원자의 ‘역량’과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이를 파악하는 구체적인 수단은 학점, 전공지식, 어학 실력, 해외 체류 경험, 봉사활동 등의 이력이다.

김혜현 효성그룹 인재육성팀장은 “지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효성의 인재상을 꼼꼼히 읽어보기를 권한다”며 “인재상이 서류전형의 각 부분에서 녹아들어 있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효성이 밝힌 인재상은 △정직하고 책임감이 투철하며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 △맡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지향하는 사람 △주인정신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회사와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미약품은 영업, 연구센터, 본사내근 등 파트별로 해당 임원과 팀장이 1차로 서류를 검토한다. 이후 인사팀에서 2차 최종 서류전형 합격자를 뽑는다.

박노석 한미약품 인사팀장은 “연구센터 지원자는 학부나 석박사 과정의 전공 실력 및 발표 논문 수준이 중요한 평가 사항이고 나머지 분야는 영어, 학점 등 객관적 데이터와 함께 자기소개서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 자기소개서의 중요성 증가

3개 기업 모두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화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또 그 안에서 얻었던 교훈 및 역량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 포부를 쓸 때는 회사가 현재 추구하고자 하는 바와 자신의 목표를 일치시키면 좋다”고 말했다.

실제 한화건설이 최우수 자기소개서 작성자로 꼽은 A 씨는 한화건설이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및 담수공장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곧바로 투입되고 싶다”고 밝혔다.

효성은 “길고 장황한 지원서보다 간결하면서 자신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자기소개서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며 “무엇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효성 지원자 B 씨는 자기소개서에서 생산관리 분야를 희망하면서 ‘책임감 있는 자세’와 ‘기술 개발을 위한 창의적 자세’ 등 생산관리에 필요한 자질을 언급했다.

한미약품은 “자기소개서 내용 중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개인적 특이사항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한화건설의 최우수 자기소개서▼

△성장 과정

군법무관으로 근무하시면서 ‘맡은 바 책임은 확실하게 져라’는 철학을 가지신 아버지는 작은 약속에서조차도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의 전투화를 매일 닦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마음과는 달리 귀찮거나 해서 대강 닦아 놓을 때면 본인께서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약속한 일을 제대로 끝마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셨습니다. 군대를 근간으로 올바른 태도와 건전한 생각을 가슴속 깊이 새겼습니다.

△사회생활과 연수 경험

노숙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6개월간 지낸 미국에서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책임졌던 경험을 했습니다. 집도 발품을 팔아 구했고 살림살이 역시 직접 마련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1400km의 거리를 운전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고 서러운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들을 하나씩 뚫고 나올 때마다 인생에 대한 자신감 또한 하나씩 쌓을 수 있었습니다.

△입사 후 포부

설계·조달·건설(EPC) 업계의 샛별, 한화건설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사우디 AAC사의 에틸렌아민 플랜트 공사와 마덴 사의 발전 및 담수공장 프로젝트를 합한 5억 달러의 계약은 성사되어 있습니다. 이 사업에 곧바로 투입되고 싶습니다.

자료: 한화건설

▼㈜효성의 최우수 자기소개서▼

△성장 과정

“송충이는 왜 솔잎만 먹나요?”라고 물을 것 같은 아이. 어린 시절, 주위 어른들이 저를 보며 하시던 말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것을 못 참고 질문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 지금도 항상 ‘모르는 것은 배우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

‘골키퍼와 관중의 차이.’ 그것은 책임감입니다. 관중이라면 그냥 경기를 즐기면 되지만 골키퍼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 골문을 지켜야 하는 그 책임성 때문에 골키퍼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줘야 하는 것입니다. 저의 장점은 어떤 맡겨진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

‘군계일학.’ 저는 생산관리 분야를 지원했습니다. 저는 공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공정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항상 공정의 향상 및 공정 기술의 개발을 위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가 입사 후 생산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바탕이 될 것입니다. 10년 후 제 분야에서 프로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료: ㈜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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