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 ‘합체 게임’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대형 외국업체 맞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겨냥

《‘넥슨+네오플’ ‘NHN+웹젠’ ‘T3+한빛소프트’ ‘드래곤플라이+판타그램’….

올해 들어 국내 게임업체 간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지분 인수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온라인 게임 최강국’의 명성을 떨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뚜렷한 흥행 대작 없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포화상태를 맞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살길이라고 보고

M&A를 통해 대형 해외 게임사들과 맞붙기 위한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 포화 국내시장 떠나 세계시장 진출 모색

최근 게임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대형 게임사의 유망 중소개발사 인수에서부터 개발사의 유통사 인수,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콘솔(비디오)게임 개발사 인수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10일 국내 온라인 캐주얼게임의 절대강자인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했다. 6월에는 NHN의 자회사인 NHN게임즈가 ‘뮤’ 개발사인 웹젠의 지분 10.52%를 인수하며 1대 주주로 등극했다.

네오플과 웹젠은 모두 동시 접속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대표적 ‘킬러 콘텐츠’들을 만든 개발사다.

웹젠은 최근 잇단 게임 흥행 실패와 경영권 분쟁으로 입지가 약해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양대 개발사로 꼽혔다.

넥슨과 NHN은 이들 개발사 인수를 통해 각각 ‘캐주얼’과 ‘고스톱’ 장르에 편중된 개발 역량을 보강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차기작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게임 ‘오디션’으로 급성장한 개발사 T3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 등 대작 게임을 배급해 온 대형 유통사 한빛소프트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인기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 ‘스페셜 포스’의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가 콘솔게임 개발사인 판타그램을 인수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의 개발사인 판타그램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콘솔게임으로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개발사다.

○ 글로벌 거대 게임 개발-유통이 대세

게임업계 M&A 열풍의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최근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합병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요즘 해외에서는 ‘대형’ 기업들이 손을 잡고 ‘초대형’ 기업으로 재탄생해 콘솔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거대 게임들을 개발 및 유통하는 게 큰 흐름이다.

개발비만 수백억∼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화려한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지금껏 동시 접속자가 수만 명 규모인 ‘중형’ 킬러 콘텐츠 1, 2편으로 명맥을 유지해 온 국내 중소 게임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게임시장은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게임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매년 엔씨소프트 규모의 게임사가 3, 4개씩 생기고 있다”며 “중국 시장은 기회인 동시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규모(2조 원)에 비해 국내에는 너무 많은 군소 게임사가 난립하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100조 원 규모)로 나가지 않으면 국내 게임사가 살길이 없는 상황에서 덩치 키우기 식의 단순한 ‘물리적 합병’이 아니라 ‘화학적 합병’을 통해 개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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