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막히는 對中수출… 한중무역 적자 3,4년내 올 수도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무역수지 악화 ‘차이나 쇼크’ 배경 - 대책

中 부품 강국화… ‘수출엔진’ 자동차-PC부문 올 적자예상

對中적자땐 한국 전체 무역수지도 장기적자에 빠질 위험

중국 내수시장 - 제3국기업 겨냥 마케팅으로 활로 찾아야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이르면 3, 4년 안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장기 적자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진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산업연구원(KIET) 등 경제 연구기관과 KOTRA 무역관 등은 대중 교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각변동’의 성격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대중 수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의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무역수지 악화에는 대중 무역수지 악화가 한몫을 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2005년 233억 달러 흑자로 정점에 도달한 후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1∼4월에는 56억 달러의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KIEP 베이징(北京)대표처가 작성한 ‘중국 대외무역구조 변화와 한국의 대응’ 보고서는 “대중 수출을 주도해 온 부품과 소재 분야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돼 무역적자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대중 수출에서 효자품목이던 컴퓨터(부품과 완성품 포함)가 올해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부품도 지난해 3억 달러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대중 수출의 주력품목이던 철강 컴퓨터 자동차부품 기계 등 부품소재 분야가 줄줄이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어 대중 무역흑자 시대는 몇 년 내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KIEP 보고서는 분석했다.

KIEP 베이징대표처 양평섭 박사는 “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완성품이나 소비재 등으로 무역흑자를 내기 어려운 데다 부품소재나 중간재마저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무역뿐 아니라 한중 간 경제관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부품소재 강국화로 가는 중국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KOTIS)에 따르면 1992년 한중수교 첫해에 중국에서의 수입 중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했으나 2000년 16.6%, 지난해에는 21.5%로 매년 늘고 있다.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 비중도 1992년 2.6%에서 지난해에는 18.7%로 높아졌다.

철강도 철근 H빔 등의 수입이 늘어 2005년 적자로 돌아선 후 적자폭이 매년 커지고 있다. 2005년 한 해 5억3000만 달러 적자였으나 올해는 4월까지만 33억5100만 달러여서 연말이면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도 간단한 소모품과 부품은 2006년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완성품을 포함한 전체 컴퓨터 무역수지도 올해 4월까지 1억27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8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KIET 베이징대표처의 조철 박사는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311억 달러로 수입보다 2배가량 많았다”며 “한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6년 하반기 이후 중국 정부가 가공무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중간재나 부품소재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 온 것과 관련이 깊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패널, 합성수지 등 일부를 제외하면 가전 전기 음향 컴퓨터부품, 자동차부품 일반기계부품까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중일 ‘3각 무역수지’도 변화

한국은 부품소재 분야에서 기술이 앞선 일본에서 적자를 보는 대신 중국에서 흑자를 내왔다. 하지만 이 분야의 한중 흑자에서 한일 간 적자를 뺀 ‘3각 수지’ 흑자 폭은 2005년 19억4100만 달러에서 2006년 42억16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 3억58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1∼4월에는 20억73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한중일 간 전체 ‘3각 무역수지’는 2005년 11억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109억 달러 적자로 급증했다. 올해는 4월까지만 61억 달러 적자다.

KIET 이문형 박사는 이 같은 한중일 3각 무역수지 추이에 대해 “기술 및 가격 경쟁력 격차가 한일 간에는 커지고 한중 간에는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둔화의 요인으로는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 중국 내 중국 업체나 제3국의 다국적 기업에 대한 마케팅 부족도 지적된다.

곽복선 KOTRA 베이징 무역관장은 “중국 내수시장은 1조2000억 달러로 추정되며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마케팅 없이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은 물론이고 생존도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땅짚고 헤엄치다가 큰물 만난 격”▼

中진출 국내기업의 중간재 조달-판매방식

절반이상 한국계 기업에 편중된 ‘폐쇄구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폐쇄적인 활동 구조’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288개 중국 진출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매입 매출 구조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중국 진출 업체들은 한국이나 중국 내 한국계 기업에서 중간재를 절반 이상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중간재를 중국 내에서 매입하는 비율이 53%였고, 한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33%, 제3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14%였다. 중국 내에서의 매입도 한국계 기업(협력업체와 기타 한국업체)에서 조달하는 비율이 46%를 차지했고, 중국계 기업에서 38%, 제3국 기업에서 나머지 16%를 매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진출 한국 업체들이 물품을 판매하는 상대 기업도 40% 이상이 한국계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판로는 중국 내수시장이 55%, 한국으로의 수출이 16%, 제3국으로의 수출이 29%였다. 그나마 중국 내수시장 판매량의 63%는 한국계(협력업체와 기타 한국업체) 기업들이 사가는 경우였다.

부품 소재 업체들의 폐쇄적 구조는 일반 제조업체보다 더 심했다. 이들 업체는 물품의 66%를 한국이나 중국 진출 한국계 기업들로부터 사들이고, 매출량의 63%를 한국이나 중국 내 한국계 기업에 팔았다.

이러한 폐쇄적인 구조는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바람막이가 돼왔으나 중국 내 경쟁이 심해지고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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