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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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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 마진 논란에 업계 “물류 - 마케팅비 고려해야”
○ 관세청 90개 품목 수입가격 공개
올해 1분기(1∼3월) 수입된 호주산 냉동갈비의 수입가격은 운임과 보험료, 각종 세금을 포함해 kg당 9831원을 넘지 않는다고 30일 관세청이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 용산구 A대형마트 정육 코너에 전시된 호주산 냉동갈비의 가격은 kg당 2만5800원. 호주산 냉동갈비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수입가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이다.
관세청이 이날 90개 수입품목의 수입가격을 공개하면서 수입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의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수입 및 유통업체들은 “이윤을 부풀린 게 아니라 정상적인 물류 등 유통비용이 추가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수입가격과 판매가격 20∼400% 차이
관세청은 올해 1분기 쇠고기 돼지고기 청바지 유아용품 등 90개 수입품목의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원산지별, 브랜드군별로 나눠 운임 및 보험료와 각종 세금을 포함한 최저, 최고, 평균 수입가격까지 공개했다.
관세청이 공개한 이들 품목의 수입가격을 취재진이 롯데 신세계 등 대형유통업체의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조사한 판매가격과 비교한 결과 20∼400%까지 차이가 났다.
멕시코산 유명 브랜드 청바지의 평균 수입가격은 여성용은 2만4897∼4만5968원으로 조사됐지만 백화점에서는 같은 브랜드 제품이 6만∼20만 원 선에 팔렸다. 3만 원대에 수입된 해외 유명브랜드 A사의 멕시코산 여성용 청바지 1벌이 14만 원대에 팔리는 사례도 있었다.
프랑스산 B사 선글라스의 경우 수입가격이 40만 원대였지만 백화점 판매가격은 70만∼80만 원대였다. 유럽산 유모차의 경우 최고 50만 원대에 수입됐지만 백화점에서 최고 140만 원 선에 팔린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물류비, 영업 마케팅 비용, 매장 운영비, 인건비 등에 회사별 이윤까지 덧붙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수입품의 판매가격과 수입가격은 보통 2.5∼3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수입품 중 정상가에 팔리는 것은 40∼5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고비용이 가격에 포함되는 데다 패션 브랜드처럼 마케팅 비용과 광고비가 높게 책정되는 상품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글라스 유모차 등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큰 상당수 상품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구체적 상품명 공개 안해 실효성 논란도
관세청이 이날 공개한 수입가격은 구체적인 상품명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국내 판매가격과의 비교도 없어 실제 수입물가에 얼마나 ‘가격 거품’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할인마트는 농축산물을 제외하고 상품별로 가격대가 다양해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비교가 쉽지 않았다. 관세청 천홍욱 통관지원국장은 “기업의 영업비밀인 수입가를 브랜드, 제품별로 일일이 공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통상 마찰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수입가격을 분기별로 발표하고 세부자료를 한국소비자원에 제공해 국내 도소매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입단가와 국내 도소매 가격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공개될 경우 수입업체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