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SK ‘패키지 딜’로 난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8분


최태원 회장 “글로벌 시장 각사 경쟁력 모아 공략”

‘에너지’ 계열사가 뚫은 길 ‘건설’이 가세 수주 따내

이달 7일 경기 용인시 SK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CEO 전략 세미나’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패키지 딜’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패키지 딜은 산유국에 도시기반 시설을 지어주고 유전을 확보하는 것처럼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성과를 얻는 사업방식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을 통한 성장 방안을 확보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각사가 (해외에) 따로 진출하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하더라도 각사의 경쟁력을 모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계열사들의 핵심역량을 묶어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따로 또 같이’ 경영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SK건설이 따낸 쿠웨이트 국영정유사 KNPC의 정유공장 건설 공사다. 수주액이 20억6000만 달러(약 2조1527억 원)로 SK건설의 역대 해외 수주 공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SK에너지가 1962년부터 쿠웨이트로부터 원유를 꾸준히 들여오고 최 회장이 쿠웨이트 국왕을 수시로 만나 면담하는 등 양측이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게 큰 역할을 했다.

SK건설이 이런 배경에 힘입어 쿠웨이트에서 따낸 공사는 이번 건을 포함해 모두 58억 달러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도시 기반시설을 만드는 ‘U-시티’(유비쿼터스 시티) 사업도 SK그룹이 사활을 거는 사업이다.

SK텔레콤의 통신기술, SK C&C의 정보기술(IT) 역량, SK건설의 시공능력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1월 2일 신년 하례회에서도 ‘U-시티’ 사업을 들며 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무기’를 적극 동원해 패키지 딜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텔레콤에 ‘U-시티 사업추진단’, SK건설에 ‘U-시티 사업본부’, SK C&C에 ‘U-시티 추진사업본부’를 가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벌일 U-시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SK에너지가 태국 국영정유사인 PTT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PTT가 SK건설에 공사를 맡긴 것 등도 패키지 딜과 비슷한 맥락이다.

권오용 SK그룹 브랜드관리실장은 “그룹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딜이 필수적”이라며 “중동과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등에서도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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