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기업들 ‘급브레이크’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엔고 - 원자재값 폭등 - 美경제 침체 탓

올해 매출 당기순익 줄줄이 하강곡선

5∼10년 동안 계속돼 온 일본 주요 대기업의 사상 최고 경영실적 갈아 치우기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 미국 경제의 침체 등 삼중고(三重苦)가 경영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기업 도요타자동차는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 매출 26조2892억 엔, 영업이익 2조2703억 엔, 당기순이익 1조7178억 엔 등의 실적을 올렸다. 3개 주요항목이 모두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

그러나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줄줄이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은 엔고의 영향이 컸던 1999회계연도 이후 9년 만이다. 영업이익 감소 폭도 미국식 회계기준을 도입한 1998회계연도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전년보다 달러당 14엔가량 내려 100엔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환율. 도요타는 이와 같은 환율 변동 요인에 따라 줄어드는 영업이익만 69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 감소하는 영업이익은 3000억 엔대.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은 현 경영환경에 대해 “미국 경제는 악화되고 있고 유럽도 순조롭지 않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의 조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혼다자동차도 2007회계연도 영업이익은 9531억 엔으로 과거 최고기록을 깼으나 2008년에는 6500억 엔으로 32%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 측은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영업이익이 200억 엔 감소한다”면서 “환율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폭만 3000억 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즈키는 2008회계연도 영업이익이 9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스즈키는 2007회계연도까지 6년 연속 영업이익 최고기록을 경신해 왔다.

전자업계에는 이미 지난해에 영업실적이 악화로 돌아선 기업이 적지 않다. 최근 일본의 전자업체 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샤프와 도시바도 여기에 해당한다.

샤프는 2007회계연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산 결과는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프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6년 만의 일이다.

도시바의 2007회계연도 영업이익은 2380억 엔으로 3년 만에 감소했다.

샤프는 미국에서 액정TV가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1년간 50%나 떨어진 점이 실적을 악화시킨 주된 원인이었다.

다만 샤프와 도시바의 경우 2008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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