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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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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이 주인의식 가장 강해
경영권 상속 긍정적 측면도 있어”
“한국 상속세 年8천억 불과, 기업이 계속 사업 키워서 세금 많이 내는게 더 중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대기업의 경영권 상속 문제와 관련해 “자식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韓中)재계회의에 참석한 조 회장은 28일 밤 베이징행(行) 비행기 안에서 동아일보 등 일부 언론사 기자와 가진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을 물려줄 때는 누가 제일 미더운지를 보게 되는데 ‘주인의식’이라는 측면에서 오너경영을 이길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인의식만 있으면 나머지는 배우면 된다”며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려는 것은 자기가 이룬 사업을 대대손손 유지하려는 욕심이지, 자식에게 돈을 줘 먹여 살리려는 욕심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식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사업을 승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기 일생이나 마찬가지인 사업을 무조건 자식(사랑)과 바꿀 수는 없다”며 “(능력 없는) 자식에게는 사업이 아니라 먹고살 만큼 돈을 남겨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동네 구멍가게를 먹여 살리는 것도 그 동네 부자이고, 명품 제조를 가업(家業)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부자다. 그런 게 있어야 사회가 형성되며 부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며 부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까지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고 참으로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30대 그룹이 투자계획을 계속 늘려가고 있고 정부도 주도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자고 하므로 우리 경제는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올해 들어 사회정치적 분위기가 달라짐에 따라 이제는 (기업 투자와 관련해) 돈이 나올 분위기가 충분히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본보 11일자 A1면 참조
“투자관련 환경 달라져 돈 나올 분위기 조성돼”
▶본보 11일자 A4면 참조
재계의 목소리 2題…규제개혁 촉진법 - 환경 개선
▶본보 11일자 A4면 참조
“고용 없는 경쟁 시대 끝나…이제 투자하면 일자리 생겨”
경제계에서 나오는 상속세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의 반은 팔아야 한다”며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은 과거 고촉동(吳作棟) 전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을 때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세수(稅收)에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돈 있는 사람은 변호사를 동원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본 유치 차원에서 폐지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도 상속세로 징수되는 돈이 연간 7000억∼80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며 “(사업을 발전시켜) 자발적으로 세금 내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은 “중국의 재계 지도자들에게 ‘한국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으니 투자를 많이 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