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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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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내 봉송… “홍보효과 날렸다”
“대놓고 알리자니 뭐하고, 안 알리자니 또 그렇고…. 이게(성화 봉송) 참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화 봉송 공식 후원 기업인 삼성, 코카콜라, 레노보가 울상을 짓고 있다.
거액을 들여 성화 봉송 후원권을 따내고도 티베트 유혈사태로 불거진 반중(反中) 여론 때문에 홍보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등 3개 후원사는 성화가 국내에 도착하는 27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가 성화 봉송을 후원한다’는 홍보자료조차 뿌리지 못하고 있다.
후원 기업의 한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 달 전부터 대대적인 후원 홍보와 관련 이벤트를 열었어야 했다”며 “하지만 성화 봉송이 시작된 유럽 지역에서부터 반중 여론이 워낙 거세어 후원사라고 나서는 것을 모두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화 봉송 후원 기업들은 전체 80여 명의 봉송 주자 가운데 각각 6명의 봉송 주자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통상적으로 자사(自社)의 광고 모델을 주자에 포함시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은 워낙 ‘가시밭길’을 달리고 있어, 후원 기업들은 봉송 주자들의 신변 안전 등을 우려해 명단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후원 기업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주자가 ‘중국 정부의 태도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며 봉송 의사를 철회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봉송 당일에는 티베트 및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의 대규모 규탄·저지대회가 예정돼 있어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서울시 등 봉송 관계 기관들은 봉송 루트 및 주자를 행사 당일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 최대한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다른 후원 기업 관계자는 “봉송 루트마저 행사 당일에야 나오는 상황에서 홍보나 이벤트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라며 “‘인류 최대 축제’가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